일본이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에 따른 문화재 반환 협정으로 일부 불법 약탈 문화재를 반환하고 14일 궁내청 소장 우리 고서 1천205책을 추가로 반환키로 공식 합의했지만 양국간 문화재 반환이 이 일로 역사적 매듭을 지었다고 보는 시각은 적어도 국내에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일본에는 그들이 이미 반환했거나, 반환할 목록 외에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출된 문화재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이 1905년 이른바 을사보호조약 이래 1945년 패망까지 과거 한국을 오랫동안 식민지배했고 그 기간에 환수의 집중 타겟이 될 불법 문화재 약탈ㆍ반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추가 반환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일본에 우리 문화재가 얼마만큼 유출돼 있으며, 현재의 소장 현황은 어떠하며, 다른 무엇보다 유출 과정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과거 한일 문화재 반환 때도 그랬고 또 이번 궁내청 보관 도서 추가 반환 협상과정에서도 그랬듯이 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일본측의 시각 혹은 기준은 일관된 듯한 인상이다.
이번 궁내청 도서 반환에 불을 지핀 지난 8월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발언, 즉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도서"를 반환하겠다는 말은 실상 한일 국교정상화회담 당시 일본이 제시한 우리 문화재 '반환 가이드라인'과 일맥상통한다.
실제 이번에 반환키로 일본이 약속한 궁내청 도서는 조선총독부가 반출한 문화재에 국한됐다.
이에 따른다면 우리의 일본에 대한 추가 반환 요구 대상 역시 이 부문에 집중될 전망이다. 즉, 조선총독부와 그 전신인 조선통감부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으로 반출한 문화재가 반환 타켓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반출 과정을 규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 작업이 갖는 중요성은 이번 궁내청 도서 반환 요청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즉, 한국은 총독부 반출 도서 외에도 '제실도서지인'과 '경연지인'이라는 두 가지 도장이 찍힌 도서를 반환대상 목록에 올렸지만 일본측 전문가가 합세해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반환 대상이 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결론났다.
올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한 일본 유출 한국 문화재 현황 자료에 의하면 10만7천857점이 확인됐으며 이 중 6만1천409점이 일본 국립박물관이나 대학, 사찰 등 250곳에 소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반환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유출 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상당수에 이르는가 하면, 과거에 선물 증여와 같은 형식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재 어떤 기관, 개인이 소장하느냐에 따라 반환 움직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이 아무리 불법적이었다고 해도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이나 개인 소유물까지 반환을 요구하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문화재가 덴리도서관이 소장한 안견의 몽유도원도다. 이 그림은 유출 과정이 밝혀진 바가 없는 데다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쉽사리 반환을 요청할 수는 없다.
나아가 설혹 우리가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해도 일본측에서 협조가 없는 한 자료 접근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와 함께 일본측에서는 한일 국교정상화회담과 이번 궁내청 도서 반환을 양국간 문화재 반환의 종지부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만큼 우리 문화재 반환은 어쩌면 더 험난한 길을 가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4월 문화재청에 신설되는 '국외문화재 환수팀'(가칭)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수팀은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에 대한 조사ㆍ연구를 조직적으로 벌이고 그 성과를 발판으로 '환수' 대상 문화재를 선정하는 한편, 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6명 이상으로 구성될 이 팀의 주요 타깃이 일본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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