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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루앙프라방'

김태식 기자 = 라오스에서 가장 유서깊은 도시 루앙프라방에서 남쪽으로 14㎞ 정도 떨어진 산간에는 그들의 전통 생활방식을 비교적 잘 보존했다는 라오몽 족(族)이라는 종족 수십 가구가 사는 마을이 있다.

 

 

한국과 라오스간 문화유산 분야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루앙프라방을 찾은 정병국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위원장 등 한국방문단을 지난 12일 이 마을로 안내한 루앙프라방 주정부 캄푸이 폼마봉 문화관광국장은 이곳이 그들의 원래 마을은 아니라고 했다.

 

당국은 도시 경관 보호를 위해 지금 마을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폭포 인근에 거주하던 이들을 1995년에 이곳으로 집단 이주케 하고, 그들의 거주지는 물론이고 우물과 화장실과 같은 생활필수시설도 지어주었다고 한다.

 

주정부는 왜 마을 이주를 결정했을까.

 

이런 질문에 폼마봉 국장은 마을 뒤편 야산 언덕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미친 곳은 주변 일대 밀림과는 달리 나무 하나 없는 초원이었다. 이곳 라오몽족이 화전(火田) 농업이 주업인 까닭에 개간을 위해 숲을 불 질러 조성한 밭이었다.

 

이 화전 농업이 도시 전체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루앙프라방의 경관을 얼마나 훼손하는지는 전날 저녁 주지사 관저에서 한국 방문단과 만난 캄펭 사이솜펭(Khampheng Saysomgheng) 주지사의 언급에서도 잘 드러났다.

 

그는 "화전 농업 때문에 3~5월에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수풀을 태우는 연기 때문에 비행기 운항까지 지장을 받는다는 얘기였다. 이의 영향은 비단 라오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라오스가 국경을 맞댄 중국이나 베트남, 태국도 받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화전 농법은 수풀 파괴만이 아니라 산사태도 불러온다. 실제 수도 비엔티안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로 1시간가량 걸리는 루앙프라방을 오가며 공중에서 내려다본 산림은 파괴가 극심한 모습이었다. 화전민이 일군 밭에서는 더러 산사태 흔적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하지만 루앙프라방이 당면한 문제는 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1천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라오스에서 루앙프라방은 세계적인 관광도시이자 세계유산인 까닭에 수도인 비엔티앙보다 외려 도시 환경은 훨씬 정비된 느낌이 들지만, 여전히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극빈층이 주민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사이솜펭 주지사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기준을 충족하려 무던히 노력하고 주민도 설득하지만 한계가 많다"면서 "특히 기존 주거지 개량 때 역사경관이 많이 파괴되는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1천20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루앙프라방이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대표적인 역사도시임은 분명했다.

 

지금으로부터 꼭 450년 전에 비엔티안으로 천도하기까지 이곳은 600년 동안 라오스의 수도였고, 1975년 공산혁명으로 왕정체제가 무너질 당시에도 왕궁은 이곳에 있었다. 그에 어울리게 메콩강과 그 지류 중 하나인 칸 강(Khan River)이 감돌아 흐르는 도심 곳곳에는 지금도 옛 풍모를 간직한 불교사원이 즐비한가 하면,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변한 왕궁이 우람한 자태를 뽐낸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매일 아침 6시 무렵이면 이곳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황색 가사를 걸친 스님들을 공양하는 의식은 여전히 장관을 연출하며, 야시장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루앙프라방을 홍보하는 세계적 명물로 꼽힌다.

 

"천년 넘게 도시의 원모습과 전통을 유지한 도시는 (라오스에서는) 루앙프라방뿐"이라는 사이솜펭 주지사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루앙프라방의 역사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는 사실도 분명했다.

 

사이솜펭 주지사에 따르면 세계유산 등재 이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폭증해 최근에는 연간 국내관광객 150만명에 외국인 관광객도 25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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