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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이 본 전북일보 신춘문예 경향은

외면하는 현실·절박한 자기체험 아쉬워

지난해 신춘문예 심사 모습. ([email protected])

'신춘문예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해마다 11월이 되면 등단(登壇)의 비상을 꿈꾸는 이들의 가슴 떨림은 최고조에 달한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더라도 신춘문예에 죽기 살기로 매달려 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한 해 내내 준비한 작품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있을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2008년~201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경향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난으로 고통 받았지만 2010년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사회현실을 비판하거나 다양한 상상력이 동원되는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차가운 비판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절실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문학의 치료 기능에 관심을 가질 법도 했지만, 암울한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사를 갖춘 작품은 드물었다.

 

매년 예심을 맡아온 전북일보 문우회 회원들은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신춘문예 도전자다운 용기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절박한 자기 체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는 사회를 떠나 존재할 수 없는 법. 지난해 본심에 참여한 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감정을 옮겨놓는 데 그쳐 난해하면서도 철학적 깊이는 얕았다"며 "시와 삶의 일체화를 위해 고민하는 자세가 사라지다 보니, 시에서 가슴을 치는 감동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언어의 미학을 다루는 시는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제목이 중요하다. 예심을 맡았던 박태건 원광대 교수는 "시의 첫 번째 행이 중요한 것도 같은 뜻"이라며 "마지막으로 여러 편의 응모작 가운데 가장 잘 쓴 것을 첫 작품으로 배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한 중앙지·지방지 주요 당선작들을 검토해보면, 전통적인 서정시의 소재를 빌려오되 그것을 현실 문제에 맞게 흥미롭게 변형한 것이 주목된다고도 했다.

 

지난해 소설 부문은 서사적 자아가 자기 안의 내면적 몽상이나 유희적 경향을 보였던 '골방의 서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넓혀졌다. 가중되는 경제난으로 인해 잉여인간 취급을 당하는 다문화가정, 미혼모, 실업자 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2008년 동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동화 부문이 부활 돼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아동문학가 김종표씨는 "동화 역시 현재의 시대적 코드를 문학적으로 읽어내야 한다"며 "심사위원들도 다른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문학적 상상력을 읽고 싶어하는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수필은 향토적인 전원, 가족과 친구 사이의 사랑 등 기존의 소재에 안주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사위원들은 "표현 기법이 세련된 수작도 있지만, 하나의 소재를 힘있게 밀고 가는 서사력을 갖춘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들은 "제목만 바꿔 다시 내는 눈속임이나 필명 바꿔 다시 내기, 동일 작품 중복 투고는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심사위원들도 속지 않지만, 그렇게 당선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이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세밀한 기본기는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이전 신춘문예 경향에 얽매일 필요는 없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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