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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혁의 글씨로 만나는 옛 글] (59)남산신성비 제1비(591년)

남산신성비보다 남산성석각으로 명명해야

일제 강점기 1934년에 제1비가 발견된 이래 최근까지 발굴되고 있는 남산신성비는 모두 10개가 발견되었다. 발견된 순서에 따라 숫자를 부여함으로써 구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남산신성비는 신라 진평왕 13년(591) 2월 경주 남산에 성을 쌓을 때 그에 관여한 지방관 및 지방민의 이름을 기록한 것이다. 비문의 구성은 대체로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머리에는 축성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서약하는 내용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고, 다음에는 축성과 관련된 자들의 소속과 이름을 나열했으며, 마지막에는 할당받은 축성의 거리를 정확히 기록해 놓았다. 지금까지 발견된 열 개의 비문에는 '辛亥年二月卄六日, 南山新城作, 節如法以作後三年崩破者罪, 敎事爲聞, 敎令誓事之.'(신해년(591) 2월 26일 남산 신성을 쌓을 때 법에 따라 쌓은 지 3년 만에 무너지면 죄로 다스릴 것을 널리 알려 서약케 한다.)라는 내용이 첫머리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이는 축성이 국가적으로 진행된 일인만큼 그에 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함으로써 공사의 정확성을 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기사를 찾기 위하여 「삼국사기」를 뒤져 보니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즉 신라본기 진평왕 13년 조에 "가을 7월에 남산성(南山城)을 쌓았는데 주위가 2854보였다. 15년 가을 7월에 명활성을 개축하니 주위가 3000보이고, 서형산성은 주위가 2000보였다." 물론 이 기록은 남산성이 완성된 후의 기록일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석각문에 보이는 辛亥年二月六日과 「삼국사기」 진평왕 조의 十三年秋七月이라는 기록의 차이이다. 명문의 신해년은 진평왕 13년에 해당하므로 서기 591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2월 6일과 7월이라는 차이가 발견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축성에 앞서 공사자들을 불러 공개서약을 받고 그 내용과 직함, 그리고 할당받은 거리를 석각하여 책임을 다하게 한 조치로 보인다. 따라서 석각문의 2월 6일은 남산에 새로 축성을 개시한 날일 것이다. 일전에 소개한 평양성석각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축성에 담당한 자와 거리 등을 새긴 사례가 보이지만, 남산성처럼 공개적으로 똑같은 서약문을 각기 다른 돌에 새기는 일은 이례적이다. 여기에서 가을 7월에 남산성을 쌓았는데 주위가 2854보였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은 완성된 남산성의 시점과 총길이를 말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로써 공사기간이 6개월 남짓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와 백제의 잦은 침략을 대비하기 위한 축성에서, 공사기간이 짧은 만큼 부실공사를 우려하여 그러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한다.

 

그 다음 의문시 되는 것은 「삼국사기」의 南山城이라는 표현이 실제의 명문에서는 南山新城이라 바꾸어 표현된 부분이다. 新의 의미가 이미 이전에 산성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기 때문에 舊에 대한 新의 의미로 볼 때, 남산에 축성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앞서 인용한 「삼국사기」의 내용에서 명활성(明活城)을 改築하였다는 내용과 서형산성(西兄山城)이 언급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명활산성은 나성의 기능을 가진 석축성 가운데 가장 먼저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축성 연대를 알 수 없다. 다만 실성왕 4년 즉 405년 4월 왜병이 명활산성을 공격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에 축성된 것이 분명하며, 진평왕 대에 개축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서체와 관련해 꾸미지 않은 해서의 고졸함이 엿보이며, 10개의 명문 중에서 공통되는 辛亥의 辛자나 爲자 등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자형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삼국사기」에 남산성을 쌓았다는 기록과 발견된 석각이 모두 다른 형태의 자연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남산신성비보다는 남산성석각으로 명명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본다.

 

/ 이은혁 (전주대 한문교육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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