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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의 들꽃 이야기] (29)고들빼기

언젠가 고들빼기 꽃을 지나다 보았을 텐데 그냥 지나쳐버리곤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식탁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고들빼기는 쌉싸래하니 입맛을 돋우어주는 좋은 먹을거리가 되고 있다. 쓴맛은 고들빼기 잎을 자르면 나오는 하얀 유즙 때문인데, 봄에 자란 어린잎은 연하기 때문에 쌈 싸먹기에 좋고 녹즙으로도 먹으며 위장을 튼튼히 하는 효과가 있다. 이른 봄, 뿌리 근처에서 잎이 먼저 나왔다가 꽃이 필 즈음이면 없어지고 가운데에서 돋아난 원줄기에 다시 잎이 붙어서 남아 있는다. 한방에서는 어린순과 뿌리를 '고접자'라고 하여 약으로 사용하는데 햇볕에 잘 말린 뒤 달여서 마시면 해열, 해독, 장염, 이질과 두통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입맛을 느꼈을 때부터 인가 보다. 고들빼기 순으로 담근 겉절이나 나물무침, 볶음 요리가 밥상에 있으면 즐거웠다. 실뿌리가 있는 김치를 어머니는 어찌 그리도 입맛에 딱 맞게 담그셨는지! 금방 지은 따끈한 밥숟가락에 그 김치를 얹혀 먹는 맛을 누가 다시 만들 수 있을까! 찬바람이 불 때면 그 맛이 그리워진다. 나의 어머니는 그렇게 주기만 했다. 초 닷새날, 나는 어머니한테 고들빼기 꽃 한 송이밖에 놓아드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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