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에는 무덤 주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길을 안내하는 부하가 탄 수레 행렬이 그려져 있다.
왕릉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안악3호분 벽화에도 화려한 수레와 작은 수레가 나란히 그려져 있으며, 무용총 벽화에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역마차와 같은 큰 수레가 등장한다.
중국 동북 지방까지 세력을 확장하기도 했던 고구려가 수레를 활발하게 사용한 국가였음을 보여주는 유적들인 셈이다.
현재 발굴된 약 110여 기의 고구려 벽화고분 가운데 18기 고분에서 40대의 수레와 네 개의 수레바퀴의 그림이 발견됐다.
신라와 백제에서도 수레가 널리 사용됐다. 신라에는 수레를 담당하는 승부(乘府)라는 관청이 있었으며 백제의 주요 유적지에서도 수레를 사용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천 년의 세월이 지난 조선 시대에는 도리어 수레의 사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역사문화연구소의 김용만 소장은 조선 시대 수레가 활발하게 사용되지 못한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군사적인 문제를 꼽는다.
조선의 지배층은 길이 넓으면 외적에게 조선을 침략할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로 인해 도로가 발달할 수 없었으며, 이것이 수레의 사용을 막아 상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조선에 도로가 뚫리고 정비된 것은 조선을 수탈한 일본에 의해서였다.
김 소장은 "처음부터 수레를 몰랐던 문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수레를 알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사회는 그로 인해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저서 '세상을 바꾼 수레'(다른 펴냄)에서 인류 최고 발명품의 하나로 꼽히는 수레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조명한다.
수레는 전쟁, 산업, 도시의 발달 등 인류의 삶과 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발명품이다.
저자는 수레를 이용한 해외 원정이 제국의 탄생을 촉진했으며, 수레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자동차와 기차를 탄생시키며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됐다고 말한다.
수레는 속도와 거리의 관념 등 의식적 측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수레와 같은 발명품을 혁신적으로 개량하고 그것을 활용한 나라들은 다른 나라보다 앞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우리 주변 사물의 가치를 바로 알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발전을 좌우하는 선결요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다른'은 수레를 시작으로 동물, 나무, 물, 빵, 자본, 수학 등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 된 다양한 주제를 다룬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 20종을 출간할 계획이다.
240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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