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이 (독립영화 감독)
3년째 이맘때 쯤이면 299명 국회의원들이 출연하는 막장 드라마가 방송된다. 새해 예산안 날치기 미션을 수행하려는 여당과 반대하는 야당이 격한 몸싸움을 펼치는 사이, 여당은 재빠르게 방 하나를 차지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171명의 팀원이 모이면 문을 걸어 잠근다. 최대한 빠르게 예산안을 가결한다. 이건 뭐 식은 죽 먹기다.
올해는 309조 567억원이라는 내년 예산과 각종 쟁점 법안을 8분 만에 날치기 통과시키는 미친 속도를 보여줬다. 영남지역 예산은 4613억 원이 증액됐다. 충청도 예산이 5억 증액된 것과 비교해 보면 922배 많다. 친애하는 4대강 정비 사업에는 9조 3300억 원을 배정했다. 반면 서민의 복지와 민생 예산은 삭둑 잘랐다. 무상급식 예산은 0원, 방학 중 결식아동 지원 예산과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40만 결식아동은 배고픔으로 내쫓고, 강은 배불리 먹였다.
특별히 상정과 법안심의, 토론과 공청회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서 통과시킨 안들도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속독학원을 다니지도 않았는데 과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41개 의안의 내용을 파악하고 표결에 임하는 게 가능했을까 강한 의구심이 든다.
수자원공사에 4대강 공사 사업을 억지로 떠넘기면서 정부가 수공에 약속한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이 처리됐다. 이 법에 따라 국민의 식수원 보호와 환경생태의 보존을 위해 엄격하게 개발을 규제해 온 강 주변 2킬로미터 지역을 난개발 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 발전소 수주의 대가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특수부대를 파병하는 안도 처리됐다. 서울대 내부에서조차 격렬하게 반대하는 서울대 법인화법도 강행 처리됐다. 헌정사상, 교육관련 법안이 상정도 없이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된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이 어이없는 정치 후진국 드라마를 보면서, 〈슈퍼스타 K2(이하 슈스케)〉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슈스케는 가수 지망생들의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3개월에 걸친 실기시험 전 과정이 공개됐다. 국내·외에서 134만6,402명이 지원했고, 지역예선 2차례, 그룹오디션, 라이벌 오디션 등을 거쳐 최종 결승 진출자 11명이 추려졌고, 대국민 문자 투표 참여를 통해서 최후의 1인을 선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실력 있는 여러 가수 지망생들이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정치인들도 이런 치열하고 투명한 오디션으로 뽑으면 안 되나? 지망생들은 우선 서류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전과자나 비리가 밝혀지면 무조건 탈락이다. 필기시험을 거쳐서 정치 상식을 검증받은 이후 전국에서 다각도의 실기시험이 펼쳐진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책과 예산안, 법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능력, 대안적인 정책과 국정 운행 능력 등을 테스트 받고, 실무능력을 평가받는다. 지역에서 추려진 지망생들이 인턴십 과정을 거치면서 언행일치 자질과 업무 실력을 고루 갖춘 정치인인지 검증받는다. 대중들은 사상 유례없는 대국민 문자 투표 참여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공정한' 정치인의 탄생을 지지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심장이 뛰는, 서민들의 생활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사수하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그러니 대국민 정치인 오디션 아이템이 현실화되길 바래본다. 시민참여와 소셜 필터링을 거친 시민 저널리즘으로 탄생하는 슈퍼스타 정치인 서바이벌 오디션! 상상속에서도 본방 사수다.
/ 강지이 (독립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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