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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스토리텔링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학 교수)

스토리텔링은 '이야기(story) + 말하기(telling)'의 합성어로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 방식이다. 이는 종전의 인쇄매체에 의존한 단순한 이야기 전달 방식과는 달리, 이야기에 오디오와 이미지를 입혀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이고 움직이게 하기 위해 대상과 관련된 자료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공한다.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 마케팅, 학습용 콘텐츠, 시네포엠(cine poem) 등이 그것인데, 때로는 전설, 신화, 게임 등에 나오는 스토리를 차용하여 기존의 이야기를 패러디하거나 개작 혹은 각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자체별로 자기 지역의 문화유산에 얽힌 이야기들을 발굴·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꾀하는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 걸쳐 널리 활용되기도 한다.

 

스토리는 그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진정 알고 싶어한다면 그에 관련된 그의 이야기(history)를 먼저 물어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이력과 스펙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들이 '그의 이야기'로 엮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냥 자료(data)일 뿐,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은 스토리에 주목하게 된다. 그에 관한 단순한 자료의 나열은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무력하지만, 거기에 감성을 입힌 스토리는 당신과 상대방을 가깝게 만들어준다. 스토리는 자기의 이력이 아니라 자기가 살아온 역사이어야 한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것도 그의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한 할머니에 관한 그의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그건 논리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의 감성에 호소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는 공감(empathy)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이를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친밀한 사회적 관계, 이것이 공감이다. '인간은 공감하는 존재(homo empathicus)'다. 이 공감의 확산이야말로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것도 쉽게 얻어내는 '실패 없는 성공(success without failures)'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패에도 불구한 성공(success even with failures)'의 이야기, 그래서 때로는 실패담도 공감의 좋은 소재가 된다.

 

사람들은 평범한 것보다 뭔가 이야기가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갖는다. 누군가를 따라함으로써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동일시,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이야기가 없는 것에 이야기를 만들어 스토리를 넘는 히스토리(history)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방적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본능을 자극해 그들 스스로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순간,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 속에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통과 공감의 통합 미학, 학문과 예술과 기술이 통합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그것이 스토리텔링이다.

 

/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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