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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성 칼럼] 전북의 정치를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주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첫 자락을 동시에 통과했다. 이런 시간의 마디에서 어떻게든 낡은 것을 끊고 새로운 것을 잇대면서 악몽과 단절하고 희망과 접선하려는 자기 의례(儀禮)를 행했을 것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은 현실을 변혁하려는 의욕과 소망의 표현이고, 새 것이 헌 것에 오염되지 않게 하려는 경계의식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10년으로 들어섰다. 그 원년인 올해는 단순한 한 해가 아니다. 이 10년에 전북은 선진지역으로의 진입여부가 판가름 나는 명운이 달렸다고 본다. 2009년 기준 1인당 지역총생산 소득이 1천573만원(잠정치)으로 전국 하위권에 맴돌아서는 미래가 암담해 질 수밖에 없다.

 

정치사회적인 시각으로 돌아볼 때 전북의 경제위기는 정치패러다임의 근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제라도 성장 기틀을 새로 짜야 한다. 이 시점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구도다. 전북은 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이후 전북의 정치는 좀 더 높은 단계로 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쪽은 특정정당 일색에서 지역현안이 무기력에 빠지고 정국은 경색과 답보를 겪는 잘못된 피드백 과정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한다. 입법과 행정의 권력이 견제와 균형 보다는 '자기들끼리'의 단선적인 행동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지역언론인으로서 새만금사업이 20년 넘게 지역의 주요이슈로 남아있고, 신문 1면에 해를 넘겨 특필해야 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문제 등을 생각할 때 미덥지 못한 정치역량의 자괴감이 겹쳐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포퓰리즘이란 것이 주민의 진정한 갈망을 책임 있게 담아내지 못하고 표만 낚아채려는 정치적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고 보면, 전북의 정치권은 도민과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민을 '미봉책이나 바라고, 속임수에 넘어가는' 우중(愚衆)으로 여기지 않으면 말이다.

 

전북의 정치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항아리도 그 주둥이 높이가 같아야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 한쪽은 높고 다른 쪽 높이는 그 절반이라면 물은 절반밖에 차지 않는다. 편향적인 정치구도 아래서는 선진정치가 보여주는 정책을 둘러싼 이성적인 경쟁이 펼쳐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한나라당 최고위원 입성은 대번에 주목받았다. 비록 원외의 지명직이지만 6.2 지방선거에서 18.2%라는 당내 호남지역 최대 득표력이 선거판과 지역발전의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전북정치에 대한 도전이고, 그의 지렛대 효과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박비향(撲鼻香)'에서 "의식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뜻이다. 정운천에게는 선택이 없다. 강을 건너려면 격류에 뛰어들어 헤엄쳐야 한다.

 

새해 벽두에 정치권의 구도변화를 통한 우리 전북 성장에 기대를 걸고 싶다. 정치는 최종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만큼 그 진화 없이는 지역발전도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몰입할 태세다. 전북정치권은 도민의 신년기대에 맞도록 2차원적 산술 이상의 3차원적 벡터적 역량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

 

/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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