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살처분 참여 공무원 두통 등 '후유증' 호소…피로·정신적 충격 탓
"꽥꽥~ 잠을 자려 눈만 감으면 아우성 치며 살려달라는 돼지 울음소리가 들려요. 가까스로 설잠을 자고나서 아침에 일어나보면 온 몸이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되기 일쑤죠."
구제역 음성 판정이 난 진안 마령의 한 돼지사육농가에서 진행된 대규모 살처분에 직접 참여했던 진안군청 일부 직원들이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살처분 뒷 수습과 누적된 피로로 인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불면과 불안 등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살처분 후유증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증상까지는 아니어도 살처분 당시 현장에서 헛 구역질 등을 호소했던 것에 비할 바 아니라는 게 그들의 전언이다.
진안군 친환경농업과의 한 직원은 "끈질긴 생명력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돼지)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눈만 감으면 매몰된 돼지가 생각나 밥 생각도 나질 않는 정도"라고 후유증을 호소했다.
예방적 살처분이 시작된 이달 6일부터 10일까지 5일동안 계속된 '살처분 전쟁'에는 연인원 300여명이 동원됐다.
아침 밥을 먹고 투입되는 이들은 저녁을 훌쩍 넘기고서야 사체 썩는 냄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히 전진배치된 친환경농업과 직원들은 뒷 수습을 위해 다음날 새벽까지 작업을 했다. 여기에 뼛속까지 파고드는 영하 20도의 체감온도는 겨우 찾아먹는 한 끼 식사와 잠깐 쉬는 휴식시간 조차 빼앗아 갈 정도로 살처분 현장은 극한 상황이었다.
'살처분 전쟁'에 휘말린 것은 비단 이들 공무원들만이 아니다. 살처분이란 다소 꺼림직한 일에 선뜻 나선 진안군 굴삭기연합회 양모씨(42·해강중기) 등 장비업자들도 마찬가지.
이들이 맡은 임무는 깊이 10m에 너비 30m 가량의 매몰 웅덩이에 살처분된 돼지를 몰아넣는 작업. 도살장을 방불케하는 피비린내 나는 현장에서 매몰에서 최종 복토가 이뤄지기까지 이들은 꼬박 5일간을 보냈다.
복토가 이뤄진 10일까지 현장을 단 한번도 떠나질 않았던 김정배 친환경과장은 '후유증이 없냐'는 질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얼굴에는 그간의 고충이 그대로 배어있다.
한편 이번 살처분은 지하수 오염을 우려, 매몰된 현장에서 나오는 침출수를 저장조와 액비탱크를 통해 빼내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일단락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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