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1조, 소 30두 접종에 1시간…"한 마리라도 더" 접종팀 안간힘
익산을 비롯한 군산·김제 등 도내 6개 시군에서 구제역 차단을 위한 대대적인 예방백신접종이 10일 일제히 실시됐다.
도내에서는 아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예방적 차원에서 실시됐지만, 이를 지켜보는 도내 축산농가들은 언제 어느 곳에서 구제역 발병 소식이 전해질지 모르는 불안감과 속타는 마음에서 그 어느때 보다 고되고 긴 하루를 보냈다.
수의사와 공무원, 축협직원, 보정요원 등 4인1조로 구성된 익산시 예방백신접종 제1팀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예방백신접종을 위한 첫 대상지로 여산면 제남리 남산마을에서 한우 30두를 사육하고 있는 윤정원씨(65) 농가를 찾았다.
오후 3시30분께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여느 시골마을 처럼 고요했다. 차량이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낯선 사람들의 등장을 경계하듯 적막함을 깨는 요란한 개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때맞춰 농장주 윤 씨가 나왔다.
수의사 이정훈씨(44·해원이네 동물원원장)을 비롯한 접종팀은 윤 씨에게 자신들의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곧바로 백신 접종 준비를 했다. 방역복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은 접종팀은 압축식 자동분무기와 백신접종 주사기, 예방접종 일지 등을 주섬주섬 챙겨 축사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이날 하루동안 백신접종에 나설 농가만 해도 20농가 80두에 달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먼저 수의사가 주사기에 주사액을 채우고 접종 준비작업을 하는 동안 동행한 나머지 일행과 윤 씨는 축사 안의 소 양뿔에 노끈을 감아 기둥에 고정시킨 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보정작업에 들어갔다.
수의사의 주사 바늘이 소를 찌르자 소는 울음소리를 내며 순간 발버둥 쳤다. 주변 소들도 깜짝 놀라 한 쪽으로 우르르 피해 도망갔다.
준비작업 시간은 길었지만, 예방접종은 단 10초에 끝났다.
접종을 마친 소 등에는 검정색 스프레이로 표시한 '0'자가 새겨졌다. 수의사를 뒤따르던 축협직원 김영완씨(26)가 12자리중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4자리수로 이뤄진 소의 주민등록번호를 예방접종 일지에 적었다.
무사히 첫 소의 접종을 마친 접종팀은 2차 접종준비를 끝내고 다른 소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다른 소들은 이전과 달리 쉽사리 접근을 허용치 않았다. 접종팀은 도망가는 소 한마리를 잽싸게 붙잡아 두번째 접종을 실시했다.
이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농장주의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자식처럼 키워온 소들이 놀라 발버둥치며 달아나는 것도 안쓰럽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과 우려가 가슴을 짓눌렀다.
이날 윤 씨의 소 30두 접종을 모두 끝내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정도. 당초 예상했던 시간 보다 30여분이 지체됐다.
유난히 춥고 매서운 겨울 날씨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체감온도 영하 15도 이상으로 매섭게 불어닥친 겨울 추위는 수의사의 손을 꽁꽁 얼어붙게 했고, 주사액도 꺼내놓기가 무섭게 얼어붙으면서 접종이 늦어졌다.
수의사 이정훈씨(44)는"상황이 긴박해 장갑까지 벗은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가져온 핫팩을 주사액 녹이는데 사용했으나, 워낙 날씨가 춥다 보니 접종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유난히 춥고 매서운 날씨도 문제지만 방역인력과 일손 부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접종대상 농장이 많고, 접종 대상 소도 워낙 많아 당초 계획했던 이날 하루의 백신접종을 모두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는 한 마리라도 더 예방 접종을 끝내기 위해 인근 또다른 농가를 찾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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