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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디지털 3형제와 나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난 '얼리어댑터'다. 무엇이든지 새로 나온 것이면 남보다 일찍 써보지 않으면 못 배긴다. 이미 많은 수업료를 치렀건만 이 '지름신'은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강림한다.

 

그렇다고 내가 무대뽀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뭘 치장하는 걸 무지 싫어하고 불편해도 있는 그대로 그냥 사는 편이다. 보통의 소비하고는 거리가 먼 그러면서도 디지털기기에 대한 열망은 그칠 줄 모른다. 소유욕은 낮지만 호기심은 매우 강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업무상 수많은 자료 속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수북하게 쌓이는 서류 더미를 처음엔 잘 분류해 놓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모든 자료는 가급적 메일로 주고 받는다. 메일은 검색이 쉬우니까 자료 찾는 시간을 줄여준다. 문제는 노트북을 볼 수 없는 곳에서 급하게 문서를 찾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거다. 결국 스마트폰이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누군가 급하게 메일 보내달라고 하면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보내줘야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어지간한 메일은 주고 받는다. 문제는 작은 화면 때문에 문서를 한 눈에 보기 편치 않다는 거다.

 

지난 해 최대 화두는 스마트폰이었다. 실시간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특이하게도 스마트폰은 10, 20대가 아닌 30, 40대가 유행을 주도했다. 요즘 모임에 가면 대화 중에 고개를 숙이고 폰을 쳐다보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수업시간에 딴 짓하는 학생들처럼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만지작거리며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늘어났다. 사람 속에서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경우다.

 

나는 10년 훨씬 넘게 사용해 온 노트북, 2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스마트폰에다 최근에 아이패드를 마련함으로써 '디지털 3형제'를 갖추게 되었다. 작업할 때는 주로 노트북을 사용하고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 그냥 앉아있을 때는 아이패드를 사용한다. 노트북은 데스크탑을 대체하지만 휴대성이 떨어지고, 스마트폰은 휴대성은 뛰어나지만 작은 화면 때문에 불편한데 휴대성과 가독성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것이 아이패드다. 노트북은 업무용이고 휴대폰은 개인용으로 사용하니 남이 만지는 걸 꺼려한다. 그런데 유독 아이패드는 남의 손길이 닿아도 괜찮다.

 

아이패드 덕분에 막내와 게임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놀아줘' 공세에 적당히 핑계대고 피했는데 아이패드는 같이 놀아도 좋을만큼 관대해졌다. 굳이 바른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비스듬하게 앉아서나 손으로 들거나 바닥에 내려놓고도 삐딱하게 누워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패드 역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대체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디지털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아날로그시대의 종말을 이야기했지만 종이신문은 여전히 건재하고 e-북 열풍에도 서적 출판은 굳건하다. 굳이 대체하려 하지 말고 기존 매체의 불편함을 보완하는 보조기구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가상세계는 현실세계를 대체하지 못하는 법! 가상의 이야기에 빠져 현실에 소홀한 사람은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질 것이다. 엄지족들과 고개숙인 족들에게 고하노라!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대화에 참여하라! 현재에 몰입하라!

 

모든 디지털기기가 사람들의 벽을 허물고 소유를 넘어서 소통하는 도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오늘도 노트북은 가방에 휴대폰은 호주머니에 아이패드는 손에 들고 디지털3형제와 함께 집을 나선다.

 

*김성주 도의원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 사회적기업지원 전북연구센터 공동대표와 시민행동21 자문위원, 노무현대통령을 만드는 국민참여운동 전북본부 사무처장을 지냈다. 현재 민주당 전북도당 정책실장, 제 9대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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