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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대한(大韓)' 국호의 발상지 전라북도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대한민국이란 나라이름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1919년 3월1일 독립선언에 근거해 1919년 4월 성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호를 계승한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채택한 '대한'국호는 1897년 과거 조선에서 나라이름이 바뀐 '대한제국'의 이름을 계승한 국호였다. 즉, 1897년 10월 12일 고종은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광무'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선포하였고 원구단(서울 조선호텔 자리)을 세우고 하늘에 천제를 올려 왕국에서 황제국으로 격상된 대한제국을 출범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갑작스런 나라이름 변화는 사실은 당시 조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새롭게 일신하려는 고종의 마지막 몸부림에서 나온 것이었다. 즉, 국호 개칭 2년전인 1895년 8월 조선의 국모인 민비가 한밤중에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당하는 치욕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을미사변) 또한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1896년 2월11일 일본군이 둘러싼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공사관으로 피난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였다.(아관파천)

 

이에 고종은 1897년 2월 20일 경운궁(덕수궁)으로 환궁하면서 국가의 면모를 일신하고 새로운 개혁을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 이때 자주국가로서 세계 여러 나라와의 격을 맞추기 위해 황제를 칭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정하는 '칭제건원'이 단행된 것이었다.

 

그 당시 대한(大韓)이란 국호제정과 관련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황제의 나라에서 이전의 나라 이름을 그대로 쓴 적이 없고 조선은 당당한 제국의 이름으로 합당하지 않다. 대한(大韓:COREA)이란 이름은 황제의 정통을 이은 나라에서 쓴 적이 없고 한(韓)이란 이름은 고유한 우리나라의 이름이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한(三韓)을 아우른 것이니 큰 한(韓)이라는 이름이 적합하니 대한(大韓)을 국호로 한다…"

 

그런데 인용문에서 언급된 조선에서 대한으로 나라이름이 바뀌게 된 역사적 계승관계에 전라북도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 깔려있다. 1392년 고려왕위를 계승한 이성계는 국호를 조선(朝鮮)으로 바꾸었다. 이 때의 조선은 과거 단군,기자,위만조선으로 연결된 고조선을 계승한 나라명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후기, 세상의 중심을 자부하던 명나라가 야만족으로 인식되었던 여진족의 청에 의해 붕괴되자 새로운 유교적 문명국의 중심으로 조선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우리 역사의 정통성의 흐름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단군조선-기자조선으로 이어지던 역사정통성은 반란을 일으켜 불법적으로 왕이 된 위만에 있지 않고 왕위에서 쫓겨난 준왕이 계승하였으며 그 준왕이 신하를 이끌고 바다를 통해 망명한 한(韓)지역 특히, 마한지역에 역사정통이 계승되었다는 '삼한정통론'이 새롭게 정립되었다.

 

그런데 주목되는 사실은 우리의 전통 지리서들은 대부분 준왕이 망명한 지역을 바로 지금의 전라북도 특히, 금마(익산) 일대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준왕은 주변지역을 아울러 한왕(韓王)으로 불렸고, 여기에서 마한, 변한, 진한의 삼한 명칭과 이를 계승한 삼국이 연결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삼한'은 후속된 '삼국'까지도 망라하는 표현으로 사용되었고 고종은 조선을 대신해 삼한-삼국을 통합한 대한(大韓)이란 명칭으로 나라이름을 삼았던 것이다. 이는 결국 대한명칭이 바로 한(韓)에서 나왔고, 고조선의 역사정통이 마한-삼한-삼국으로 이어져 계승된 인식과 결합되어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국호의 역사적 배경지가 바로 전라북도 일대인 것이다. 종래 이같은 역사인식과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각되지 않은 아쉬움이 크다. 얼마전 대한민국 건국기념일 논란이 있었는 데 차제에 전라북도가 '대한'국호 발상지임을 적극 홍보하고 교육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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