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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칼럼] 전주 한옥마을이 앞장서 로컬푸드를

조상진 (본지 논설위원)

전주 한옥마을 슬로시티(Slow City) 발전방향 정책토론회가 지난 19일 한국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3명의 발제자가 가입 의미와 전망, 인프라 구축 및 주민참여 방안, 친환경 녹색관광 교통체계 구축 등에 대한 주제발표를 가졌다. 그리고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 중 상당수는 60만 인구의 전주 한옥마을이 "왜 슬로시티로 지정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이를 듣던 한국슬로시티본부 장희정 사무총장은 깜작 놀라는 표정이었다. 다른 지역(현재 전주를 포함해 8곳)에 가 보면 "지정해 줘서 고맙다"는 칭송일색인데 "의문을 가져 쇼킹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전주 한옥마을이 조선왕조 500년의 태생지로서, 급격한 상업화 등 정체성을 잃기 전에 보존하자는 뜻에서 지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 자리에서는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어쨌든 한옥마을은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느림'을 통해 이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 부터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는 당초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1986년 패스트 푸드의 대명사였던 맥도날드 햄버거가 이탈리아 그레베인 끼안티 마을에 상륙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촉발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하면서 전주 한옥마을, 그중 음식점들이 슬로푸드 실천에 나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의 이미지에 맞고 슬로시티의 취지에도 합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슬로푸드는 '느리게 먹자'는 것으로 많은 시간이 들더라도 정성이 깃든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전통음식을 지키고, 질 좋은 식자재를 공급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며 먹는 것이다.

 

이 슬로푸드 운동은 완주군이 앞장서고 있는 로컬푸드(local food)운동과 통한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고 50㎞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직거래가 이루어져 식재료가 신선하고, 생산자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하는 이점이 있다.

 

지난 해 10월부터 '건강밥상'꾸러미 운동을 벌이고 있는 완주군은 지역에서 나는 얼굴있는 먹거리를 매주 꾸러미로 만들어 배송하는데 3개월만에 1000꾸러미를 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사업에 전주 시민들이 많이 호응한다면 전주·완주 통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해 통합문제가 나왔을 때 완주군민들은 통합되면 세금이 오르고 쓰레기만 완주군에 버릴 것이라는 피해의식을 드러냈다. 이 운동은 이러한 우려를 지울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한옥마을이 이 사업에 앞장선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지난 해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고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곧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도 선정될 예정이다. 이미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잡아, 지난 해 35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이곳에는 음식점만 83곳에 이른다. 이들 음식점이 앞장서 완주군의 로컬 푸드를 활용한다면 홍보효과도 만점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1990년대 부터 지산지소(地産地消)의 로컬푸드 운동이 뿌리를 내렸다.

 

한옥마을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나서고, 전주시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 봤으면 어떨까 싶다.

 

/ 조상진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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