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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파업 최대 피해자는 결국 노조원들"

"조합원 이익보다 집행부 임금인상에 눈독…동료끼리 폭언·협박하는 모습에 거부감 느껴"

사상 유례가 없는 버스 파업이 64일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 등지에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 파업 사례가 있긴 했지만 '시민의 발'이라는 공공재로서의 특수성 때문에 파업이 두 달을 넘긴 경우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 시내버스 파업은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요구한다.

 

사실 이번 버스파업의 핵심 쟁점은 민주노총의 '노조 인정'이다. 이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제도에 앞서 한노총이 지배하는 도내 운수업계의 주도권 쟁탈전과 맥을 같이한다. 때문에 민노총이 6월 30일까지 '교섭'을 이뤄내지 못하면 복수노조가 시행돼도 당분간 노사협상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민노총의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파업 대오를 이탈하는 노조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노총을 나와 민노총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동참했다가 다시 한노총에 재가입해 버스를 몰고 있는 한 시내버스기사의 이야기는 그래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신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버스기사 A씨는 지난 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한노총을 탈퇴하고 민노총에 몸을 담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한노총의 노사협상을 지켜봤지만 실망이 컸습니다. 특히 최고 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통상임금을 사측과 100만원으로 절충하는 것을 보고 새 노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처우를 뒷전으로 한 채 자신들의 임금 인상에만 열을 올리고 협상과정을 노조원들에게 전달하지 않는 태도도 싫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민노총 버스파업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8일 이후 보름 정도 파업에 참여하다가 또 한 번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파업이 기사들의 이익보다는 '노조 인정'이라는 민노총의 복수노조 주도권 전략에 치중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파업 승리는 시간문제'라던 약속이 빗나가면서 생활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민노총을 탈퇴해 버스 운전대를 다시 잡은 그는 "파업이 격화되면서 같은 직장동료에게 폭언과 협박을 하는 모습이 가장 서글펐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솔직히 근로자로서 파업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회사측 태도를 보면 6월 30일까지 타협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민노총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회사측이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민노총을 협상 당사자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노동계의 관측이 들어맞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국 이번 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노조원"이라는 그는 "일 터에서 나와 강추위에 고생하면서 빈지갑으로 설을 쇤 파업 동료들을 훗날 누가 책임지고 보상할 것인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한노총 관계자는 9일 "민노총에서 한노총으로 재가입한 조합원은 40명이 넘고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기사까지 합하면 200명 가까이 추정된다"며 "오늘도 노조 재가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왔었다"고 전했다.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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