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창극, 제3의 연출 방법론 고민…새로운 한국 음악극으로 거듭나야"
"창극과 연극은 비슷한 구석이 참 많습니다. 창극은 토종 뮤지컬, 한국형 오페라나 마찬가지죠. 창극의 바탕인 판소리의 작품성은 셰익스피어의 명작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창극만큼 음악성 자체로 승부하는 분야가 없어요."
류경호 전북연극협회 회장(49)이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논문으로 쓴 '창극 연출의 역사적 전개와 유형에 관한 연구'는 궁극적으로 연극 인생과 맞닿아 있다. 그도 처음에는 "나도 한국 사람이니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오페라 접근하듯 창극 연출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가 맞닥뜨린 것은 전혀 새로운 공연 미학이었다.
"연극판에서 뒹굴다 보니, 한계에 부딪쳤어요. (판)소리에 대한 이해가 낮았고, 문학적 소양도 부족하다고 느꼈고…. 하지만 창극이야 말로 우리의 말과 어감에 잘 맞는 장르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특히 배우의 기량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화 될 수 있어 그만큼 연출의 폭이 넓습니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창극 연출의 유형을 정리해 새로운 창극 연출 방법과 원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창극 연출가들은 그간 신파극이나 사실주의 신극에 의거한 연출 기법을 여과 없이 사용하고, 서구 무대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습니다. 아직도 오페라나 뮤지컬, 전통 가무악극 사이에서 창극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못찾고 있죠."
그가 시대별로 정리한 창극 연출은 판소리 명창 주도형, 신극 지향 연극인 주도형, 판소리 지향 연극인 주도형, 음악극 전문가 주도형이다. 그는 "신극 지향 연극인 주도형 연출은 대사가 많고 소리가 적었던 창극에 대한 반성으로 음악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연출의 역할이 대폭 강화됐다"며 "하지만 오락적 기능과 흥미만을 추구한 연출은 결국 창극을 쇠락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음악극 전문가 주도형 연출은 최근의 경향이기는 하지만 우리 고유의 음악극 형식을 정립하려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작곡가의 역할 부각, 서양 악기의 혼용, 상징적 무대의 활용 등을 접목시켰으나 역사적 사건이나 설화 소설 등에서만 작품 소재를 찾으면서 현대인의 감각을 충족시키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도 했다.
그는 창극이 안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동시대적 주제의 발굴과 작품 소재의 다양화, 전통극의 개방성을 도입한 무대 개념의 정리, 반주음악과 소리의 균형·조화 등을 지적하면서 창극이 전환기적 실험에 머물지 않고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극 연출은 이제 우리의 전통을 좀 더 쉽게 만나고 전통과 함께 숨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악보·소리·대사 등을 기록하고 분류하는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죠. '제 3의 연출 방법'에 대한 논의가 또다른 연구를 통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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