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버스파업)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하고자 합니다. 시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10일 오전 10시30분. 전주시청 브리핑룸이 일순간 숙연해졌다.
버스파업 93일째를 맞아 기자회견을 자청한 도내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이 머리를 숙였기 때문이다.
먼저 전직 방송인이었던 조성용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대표가 잦아들어가는 목소리로 참담한 심정을 기자들에게 밝혔다.
"머리가 허연 영감들이 그동안 나서지 않았던 것은 노와 사, 행정이 해결해주리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가난하고 없이 사는 자가용 없는 시민들이 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늦었지만 원로들이 나선 것입니다."
문규현 생명평화마중물 이사장이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그의 음성은 민주화 투사의 그 것이 아니었다. 목이 메여 있었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고 자괴감이 듭니다." 그는 "3개월이 넘도록 사회적 합의를 만들지 못한 것은 우리 지역사회의 소통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노사 당사자와 관계당국, 사회 구성원이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읊조리듯 말했다.
'내 탓'보다는 '남 탓'으로 점철된 버스 사태와 지역사회의 갈등 조정 역량 부족을 꼬집은 말이었지만 자책감이 묻어났다.
이들은 조만간 김완주 도지사와 송하진 시장을 만난다고 했다. 또 노와 사도 만나 '선의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노라고 했다.
조 대표와 문 이사장, 그리고 한규채·이수금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대표, 이영호 동학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정귀동 교육개혁연대 고문, 최재흔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 황민주 전 교육의원.
8명의 원로들의 반성과 결기가 이어지면서 93일을 지나는 초유의 버스파업 해결을 기대하는 간절함이 시청 브리핑룸을 휘감았다.
"어디에 소통의 문제가 있는지 길을 찾고 거기서 만나야 할 것"이라는 말을 뒤로한 채 백발의 원로들은 시청 문을 나섰다. 기자들은 그들의 뒷 모습에서 마지막 남은 희망이 찾아지기를 고대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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