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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성 칼럼] 이제 협상은 포기했나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전주 버스파업이 또 하나의 지역 갈등사태로 기록되고 있다. 새만금사업과 부안 방폐장(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및 2009년 전주·완주 통합추진에 이어 새로운 갈등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누구는 울화통이 터지고, 누구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성깔 있는 시민들은 곧장 촛불광장으로 몰려갔다.

 

문제는 파업 국면이 3개월 넘도록 퇴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파업의 최대 쟁점은 '노조 인정'이지만 서로 피해야 할 파국의 길로 행군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애꿎은 서민들의 불편은 아예 아랑곳없는가 싶다. 각계에서 내놓은 처방들도 무용지물 격이다. 갈수록 당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압박수위만 높아가는 양상이다. 그래도 출구전략은 보이질 않는다. 노사가 업계의 공공성 보다는 복수노조의 주도권 확보와 노조불인정을 염두에 둔 정치공학적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올 7월 복수노조 시대가 얼마 안 남고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니 단기적인 성과를 노리게 되고 힘의 유지를 위해 무리를 하게 된다. 이것이 노사분쟁의 덫이다. 이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현실을 냉철하게 살필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간 노사관계를 돌아보면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생각했다가 장애물에 부딪혀 온 상태의 연속이었다. 그러니 신뢰가 떨어진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깨닫는 일도 중요하다. 노동자의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1960, 70년대의 노동자를 가신(家臣)적 노동자이었다고 말한다면 지금의 노동자들은 동반(同伴)적 노동자이다. 동반적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에게 가신적 일방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채찍과 당근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몰아붙이고 끌고 가려는 것 보다는 설득하면서 함께 가는 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할 때 원칙과 타협이라는 상반된 두 가치 때문에 고민하곤 한다. 원칙을 지켜야 할 문제는 원칙을 지키고, 타협해야 할 문제는 타협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법을 지키는 문제에서는 원칙을 고수하되,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문제에서는 협상을 통해 타협을 해야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작위적 수단을 불러들이거나 법정을 선호하는 일은 사태를 한층 어렵게 만들 뿐이다.

 

버스운행 정상화가 급선무다. 이제는 노사가 협상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대표세력이 모여 정상화를 위해 진정한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갈등구조에서 합의도출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게다. 그러나 손 잡고 사업장으로 돌아가야 할 상대가 아닌가. 세계적 협상가인 허브 코헨은 자신의 저서 '협상의 법칙'에서 "협상은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원하는 상대로부터 당신에 대한 호의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얻어내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종종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를 철저하게 파괴시키지만, 나에 대한 호의까지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은 정말 사용자측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다. 이 상황에서라면, '조건부적 관용'을 택할 만하다. 아무래도 그것이 '최소한의 공익'을 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꾸 싸움질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도 손해 볼 일이 많다. 협상은 승부가 아니라 협력게임으로 여길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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