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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새만금의 새로운 비전, '동아시아적 가치'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지난 16일 정부는 전라북도가 요구한 사업을 대부분 반영한 총 22조원 규모의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새만금을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명품도시로 만들어 국가 성장엔진을 담당케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활용해 미래를 창조하는 새만금을 만들겠다고 하였고 18일에는 새만금 문화콘텐츠발굴사업 중간보고도 진행되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현재 새만금과 관련된 역사문화적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역사공간과 의미는 무엇인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시된 계획안과 문화관광 사업화 방안은 기왕의 새만금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새만금을 격상·심화시킨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새만금의 역사적 가치와 내용이 개념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히 대중국, 일본 관광자원화가 현실적인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구체안이 보이지 않고 있어 걱정이 앞서게 된다. 필자를 비롯한 지역 연구자들은 새만금을 동아시아적 문화와 가치를 바탕으로 극대화해 세계화하는 방안을 역설했지만 이번 새만금 개발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역사유적은 조사도 되지 못한 채 무분별한 난개발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새만금이 자리한 고군산열도와 김제, 부안(변산반도) 일대의 공간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거점'이자 '동아시아 생명문화'가 찬란히 꽃피웠던 곳이다. 특히, 한·중·일교류의 핵심공간으로 국제적인 무역항과 거점이 존재하였던 곳이다. 그런데 이들 자원에 대한 조사와 활용방안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역사적 가치는 도외시 된 채 어디나 있는 관광공간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이들 자원 가운데 필자가 우선 먼저 지적하고 싶은 곳은 신시도 바로 앞에 있는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 열도다. 이곳은 한국 고중세 국제 교류 거점이자 무역항이었다. 즉, 왕릉으로 전해지는 고분이 존재해 이미 조선시대 도굴사건도 있었을 정도로 중요유적이 산재한 곳이다. 특히, 송나라 사신단이 고려를 방문하는 주요 기착항이었다. 서긍이 남긴 고려도경에 의하면 선유도에 도착한 중국 사신을 당대 최고관리로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이 이 곳에서 맞이 하였다. 이 곳에는 고려시대의 숭산행궁, 군산정, 관아, 오룡묘, 자복사 등등 고려의 국가적 통치시스템과 종교문화적 특성을 알려주는 엄청난 유적이 있던 곳이다.

 

지난주 필자는 선유도에 대한 조사를 개인적으로 수년동안 진행하고 있는 군산대 곽장근 교수와 현지조사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20년동안 진행된 새만금 사업기간 동안 단 한차례 지표조사 한번 시행되지 않았고 중요 유적지는 난개발로 파괴되고 있었다. 더욱이 어마어마한 새만금 개발계획에는 이들 유적과 의미가 일언반구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 이 일대는 한·중 문화교류의 핵심이자 우호협력의 상징공간이며 해상 종교문화의 보고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상상하기 힘든 유적들이다.

 

아울러 동아시아 1차대전으로도 불리는 백강구전투의 공간과 백제 부흥군 최후의 보루인 주류성이 어디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공허한 논의만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선유도의 유적과 주변 고군산열도 및 변산, 김제 등지의 역사문화 자원은 새만금의 미래를 밝혀줄 최상의 자원이다.

 

새만금 개발계획이 공식화 되었으니 이제라도 본격적인 지표조사,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정리 및 의미 부여, 동아시아적, 세계적 가치 창출을 위한 조사와 연구작업이 하루 속히 진행되길 요청한다. 선조가 남겨준 최상의 문화자원이 국적불명의 관광단지에 뒤덮이기 전에.

 

/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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