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얗고 구수한 국물 "아! 시원해"
탕반(湯飯)이란 더운 장국에 만 밥을 말한다.
서양으로 말하면 스프나 스튜(stew)가 비슷한 음식일 것이다. 일본과 중국에도 엄연히 국이란 게 존재하지만 국에 밥을 말아 먹진 않는다.
분명 뜨거운 국물임에도 결국 '시원하다'로 귀결되는 수많은 탕반 중 곰탕과 설렁탕만큼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소재를 가진 음식이 있을까.
흔히 곰탕은 고기로 국물을 우려 내며, 설렁탕은 뼈로 국물을 낸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곰탕은 '국물이 맑다', 설렁탕은 '뽀얗게 잘 우러났다'고 표현한다.
최근엔 곰탕과 설렁탕의 기준이 모호해져 '국수를 곁들여 먹는 게 설렁탕'이란 언뜻 명확하지만, 이상한(?) 공식도 생겼다. 참고로 국수는 조선시대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반가(班家)의 음식'이었던 곰탕과 달리 설렁탕을 다룬 문헌은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무너지기 시작한 1930년대를 지나서야 발견된다. 어차피 없어질 저잣거리의 서민 음식이라 여겨 굳이 기록을 안 남긴 듯하다.
설렁탕이란 이름은 가마솥에서 끓는 국물 모습이 '설렁설렁'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풍년제를 지내던 '선농단'이 제(祭)에 사용하고 남은 재료를 넣고 끓인 게 '선농탕', 즉 설렁탕이 됐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나는 '양지 등 비싼 살코기와 내장, 뼈가 들어간 것'은 곰탕, '과거 (백정들은 다 아는 맛이지만) 상품성이 없어 보였던 각종 소고기 부위를 뼈와 같이 넣고 곤 것'은 설렁탕이라고 구분한다.
'맛의 고장'인 전북에서 가볼 만한 국밥집이 없을 리 만무할 터. 점잖은 양반 체면에 거친 소금이나 고춧가루를 넣어 먹는 건 상상도 못했던 설렁탕…. 상민 음식이란 편견에 대부분 '배달을 통해서만 먹었다'는 설렁탕의 아류(?) 소머리국밥집 두 군데를 소개한다.
▲ 서민적인 군산 '서수해장국'
'서수해장국'은 군산 호원대 부근 남산 중턱에 있다.
서정적인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허름한 컨테이너가 '서수해장국'이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서민적인 분위기와 주인장의 무뚝뚝한 서비스가 감점 요인일 뿐 맑고 깊은 국물 내공만큼은 '전국구'다.
국밥의 풍성한 내용물은 물론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소의 부산물이 곁 음식으로 나온다. 인근 도축장에서 그때그때 공수해 온 육회가 제법 착한(?) 가격에 제공된다. '국밥 2그릇 + 육회 1접시'가 가장 이상적인 조합.
▲ 메뉴: 소머리국밥 6000원, 육회(250g 1접시) 2만 원
▲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8시
▲ 군산시 서수면 서수리 1383-1
▲ 전화: 063-453-3926
▲ 소박한 익산 '새샘뜰가든'
'새샘뜰가든'은 내공 있는 맛집 대부분이 그렇듯 100% 수작업으로 소머리를 손질한다. 뽀얗고 구수한 국물은 마당 한 구석에 걸려 있는 가마솥에서 진득하게 우려진다. '서수해장국'보다 가게 규모는 조금 큰 편이지만, 음식의 퀄리티(quality·질)가 뛰어나고, 부부가 운영하며, 김치를 직접 담그는 등은 공통점이다. 소머리수육은 가히 '종결자' 수준인데, 돼지순대 한 접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국밥 2그릇 + 수육 1접시(中)'가 가장 바람직한 선택.
편안한 옷차림으로 식사할 수 있는 소박한 입식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던 '새샘뜰가든'은 2008년부터 최수진 씨(47·남편) 부부가 운영하며, 도로 확장 공사로 가게 이전을 앞두고 있다.
▲ 메뉴: 소머리국밥 6000원, 소머리수육 1만 원(中)·3만 원(大)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 익산시 신흥동 398(터질목 부근)
▲ 전화: 063-836-0065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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