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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대의 거꾸로 쓰는 식탐일기] ④전북지역 '소머리국밥'집

뽀얗고 구수한 국물 "아! 시원해"

탕반(湯飯)이란 더운 장국에 만 밥을 말한다.

 

서양으로 말하면 스프나 스튜(stew)가 비슷한 음식일 것이다. 일본과 중국에도 엄연히 국이란 게 존재하지만 국에 밥을 말아 먹진 않는다.

 

분명 뜨거운 국물임에도 결국 '시원하다'로 귀결되는 수많은 탕반 중 곰탕과 설렁탕만큼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소재를 가진 음식이 있을까.

 

흔히 곰탕은 고기로 국물을 우려 내며, 설렁탕은 뼈로 국물을 낸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곰탕은 '국물이 맑다', 설렁탕은 '뽀얗게 잘 우러났다'고 표현한다.

 

최근엔 곰탕과 설렁탕의 기준이 모호해져 '국수를 곁들여 먹는 게 설렁탕'이란 언뜻 명확하지만, 이상한(?) 공식도 생겼다. 참고로 국수는 조선시대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군산 '서수해장국'의 소머리국밥과 육회 상차림. ([email protected])

'반가(班家)의 음식'이었던 곰탕과 달리 설렁탕을 다룬 문헌은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무너지기 시작한 1930년대를 지나서야 발견된다. 어차피 없어질 저잣거리의 서민 음식이라 여겨 굳이 기록을 안 남긴 듯하다.

 

설렁탕이란 이름은 가마솥에서 끓는 국물 모습이 '설렁설렁'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풍년제를 지내던 '선농단'이 제(祭)에 사용하고 남은 재료를 넣고 끓인 게 '선농탕', 즉 설렁탕이 됐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나는 '양지 등 비싼 살코기와 내장, 뼈가 들어간 것'은 곰탕, '과거 (백정들은 다 아는 맛이지만) 상품성이 없어 보였던 각종 소고기 부위를 뼈와 같이 넣고 곤 것'은 설렁탕이라고 구분한다.

 

'맛의 고장'인 전북에서 가볼 만한 국밥집이 없을 리 만무할 터. 점잖은 양반 체면에 거친 소금이나 고춧가루를 넣어 먹는 건 상상도 못했던 설렁탕…. 상민 음식이란 편견에 대부분 '배달을 통해서만 먹었다'는 설렁탕의 아류(?) 소머리국밥집 두 군데를 소개한다.

 

▲ 서민적인 군산 '서수해장국'

 

익산 '새샘뜰가든' 소머리국밥. ([email protected])

 

'서수해장국'은 군산 호원대 부근 남산 중턱에 있다.

 

서정적인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허름한 컨테이너가 '서수해장국'이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서민적인 분위기와 주인장의 무뚝뚝한 서비스가 감점 요인일 뿐 맑고 깊은 국물 내공만큼은 '전국구'다.

 

국밥의 풍성한 내용물은 물론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소의 부산물이 곁 음식으로 나온다. 인근 도축장에서 그때그때 공수해 온 육회가 제법 착한(?) 가격에 제공된다. '국밥 2그릇 + 육회 1접시'가 가장 이상적인 조합.

 

▲ 메뉴: 소머리국밥 6000원, 육회(250g 1접시) 2만 원

 

▲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8시

 

▲ 군산시 서수면 서수리 1383-1

 

▲ 전화: 063-453-3926

 

▲ 소박한 익산 '새샘뜰가든'

 

'새샘뜰가든'은 내공 있는 맛집 대부분이 그렇듯 100% 수작업으로 소머리를 손질한다. 뽀얗고 구수한 국물은 마당 한 구석에 걸려 있는 가마솥에서 진득하게 우려진다. '서수해장국'보다 가게 규모는 조금 큰 편이지만, 음식의 퀄리티(quality·질)가 뛰어나고, 부부가 운영하며, 김치를 직접 담그는 등은 공통점이다. 소머리수육은 가히 '종결자' 수준인데, 돼지순대 한 접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국밥 2그릇 + 수육 1접시(中)'가 가장 바람직한 선택.

 

편안한 옷차림으로 식사할 수 있는 소박한 입식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던 '새샘뜰가든'은 2008년부터 최수진 씨(47·남편) 부부가 운영하며, 도로 확장 공사로 가게 이전을 앞두고 있다.

 

▲ 메뉴: 소머리국밥 6000원, 소머리수육 1만 원(中)·3만 원(大)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 익산시 신흥동 398(터질목 부근)

 

▲ 전화: 063-836-0065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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