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요즘은 머리보다 손가락이 더 바쁜 세상에 살고 있다. 앉아 있을 때도 차를 타고 어디를 갈 때도 심지어는 TV나 영화를 볼 때도 손가락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랍권의 쟈스민 민주혁명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고 일본의 쓰나미 사태 때에도 실시간으로 현장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고 한다.
바야흐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대세다. 이전에는 정보는 전문 집단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포되었다. 그래서 정보생산자와 정보유통망을 장악한 측에서 얼마든지 자기 입맛에 맞게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오도할 수 있었다. 이제 정보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제공해주는 정보를 받는 대신 직접 정보를 생산해 유포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스마트폰 보급으로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푹 빠지는 걸까? 과거에도 PC통신, 게시판, 채팅, 메신저, 블로그, 미니홈피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었다. 지금부터 20년 전쯤 그 때는 인터넷도 없고 휴대폰도 없어서 전화를 통하지 않고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 때 컴퓨터에서 전화를 걸어주는 모뎀이 유행했다. 이른바 PC통신의 시대다. 나라 전체를 통틀어 이용자가 1000여명에 불과할 때 낯선 누군가와 밤새 채팅한 기억이 지금도 아련하다.
그 후 인터넷이 활성화됨에 따라 한 때는 메신저가 유행을 주도하고 그게 시들해지면 미니홈피가 등장하고 블로그가 대세인 때를 거쳐왔다. 사람들은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스마트폰 채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그런데 등장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의 것을 밀어내고 사람들을 무섭게 끌어들이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주로 알고 있는 사람과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직접 말걸기도 하고 허공에다 외치기도 하고 진지하게 쓰기도 하고 가볍게 끄적거리기도 하고 길게도 쓰고 짧게도 쓰면서 사람들의 관계를 넓히고 있다.
트위터는 말 그대로 새의 지저귐처럼 재잘거리는 것이다. 누가 이야기했는지도 모르고 그 사람을 만난 적도 앞으로 만날 일도 없을 지 모른다. 그냥 가벼운 신변잡기로 입소문을 낸다. 굳이 상대방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페이스북은 얼굴을 내놓고 이야기한다. 보다 더 친구개념에 충실하다. 지인들에게 생각을 전하고 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좋아요'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트위터와 다른 점이라면 서로 상대를 친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북은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보통의 인터넷 소통방식과 달리 자기 얼굴을 내밀고 하게 되니 공격적인 면이 덜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긍정의 힘이 작용할 수 있다. 거친 욕설이 오고가는 인터넷 세계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생각을 나누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가.
페북이나 트위터가 가져올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예상해본다. 포털이 상업세력에 장악되고 연예정보로 넘쳐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호기심을 채우는 소식보다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가 많이 오고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개 모임들은 1인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거기서 한 번 대장이 되면 영원히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 대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거기에 도전해 차지하거나 실패하면 딴 살림을 차려 기필코 대장 노릇을 한다.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는 모임.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모임. 경쾌하지만 거칠지 않은 모임. 책임은 지지만 부담주지 않는 모임. 개설자가 따로 없는 페북이 그런 모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소통수단에 대해 권력을 가진 쪽은 관심이 적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매체를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대응이 늦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페북과 트위터는 힘없는 사람들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페북 친구들이 올리는 글을 알리는 메시지가 계속 뜨고 있다.
/ 김성주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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