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올해로 제12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9일간 38개국 19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전주국제영화제를 1년동안 기다려온 관객들은 이제 행복한 고민을 할 때가 되었고, 그동안 영화제에 한번도 참여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말로만 듣던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할 기회가 온 것이다.
영화 전문가든, 일반 관객이든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하는 관객들은 막상 영화를 보려고 하면 항상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어지간히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하는 영화나 감독들의 영화들이 많은 데다가, 영화제 9일간 상영되는 190편씩이나 되는 영화 중에서 적게 보는 관객은 1~2편, 많이 보는 관객은 10편 정도의 영화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은 영화의 성격에 따라 6개의 대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봐야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일단, 선택하려는 영화가 6개 대섹션 중 어디에 속해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주의 프로그램은 영화의 성격에 따라 구분되어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내가 원하는 영화를 찾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첫 번째, '경쟁부문'이다. 이 섹션에 포함된 영화들을 본다는 것은 미래에 위대한 감독이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몇 년 후 유명해질 감독의 영화를 미리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수상작을 점쳐보는 재미와 폐막작을 예상해보는 재미는 덤이다.
두 번째는 'JIFF 프로젝트'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독특한 디지털 단편영화 제작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을 운영해왔다. 이 두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전주국제영화제가 특별히 기획, 제작한 영화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내가 관객이라면? 이 두 영화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시네마스케이프'이다. 이 섹션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동시대에 만들어지고 있는 최신 영화들의 미학과 세계 영화의 현재를 확인한다는 의미이다. 당신이 이 섹션의 영화들을 챙겨본다면, 지난 1년간 만들어진 전 세계 영화들의 수작이나 거장들의 신작을 통해 동시대 영화의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다.
네 번째, '영화보다 낯선'. 이 섹션에는 동시대 영화 미학의 최전방에 위치한 다양한 최신 장·단편 실험영화들이 모여있다. 이 섹션의 영화들을 통해 영화가 예술로써 도대체 어디까지 전진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야기에 대한 강박을 버린다면, 놀라운 영화를 찾을 수 있다.
다섯째, '시네마페스트'. 제목을 보고 느꼈겠지만, 가족·친구들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혹시라도 전주국제영화제의 영화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주변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전주국제영화제의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면 이 섹션의 영화에 주목하자.
여섯 번째, '포커스' 섹션이다. 이 섹션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매년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감독이나 지역의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에는 필리핀 독립영화의 대부 '키틀랏 타히믹 감독 회고전',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 특별전', 한국과 포르투갈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포르투갈 특별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섹션의 영화들을 본다는 것은 세계 영화사에 발자취를 남긴 중요한 과거의 영화들을 본다는 의미이므로 자신의 영화적 지평을 넓히려는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미지의 영화를 볼 드문 기회를 갖는 것이다. 당신이 영화 매니아든, 1년에 영화를 한 두편 보는 보통 관객이든 상관없다. 그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이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