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에서 LP판을 들으며 낡은 잡지를 읽는다.'
그간 용담수몰민의 아픔이나 폐교들이 간직한 아련한 추억을 담은 전시를 해온 진안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대표 김지연)가 이번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잡지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지 오래된 LP판을 가지고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떠난다.
이번 전시에는 건축가 서상진(58)씨가 출품한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문예지 등 70여점과 출판업자 최광훈(45)씨가 내놓은 LP판 500여장을 만날 수 있다.
서상진씨는 우리나라 최초 종합잡지인 최남선의「소년」를 비롯해 한국 최초의 시 전문지 「장미촌」, 우리나라 최초 동인지 「창조」, 뭇남성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선데이서울」창간호 등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희귀본을 출품했다.
"10대때 독학을 하며 헌책방을 학교 삼아 드나들던 어느 비오는 날 인천 배다리 책방을 지나다 유리문 밖에 비닐조각을 뒤집어 쓴 체 좌판위에 널브러져 있는 헌 잡지를 보고 어쩌면 아웃사이더인 내 인생과 비슷한 생각이 들어 한 권 두 권 모으기 시작한 것이 만여권에 이른다"고 말했다.
애지중지하는 '창간호'만도 2500여 종이 넘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없어지는 숱한 잡지들 속에서 이번에 내놓은 순수문예지, 일반대중지 등은 과거를 다녀오는 시간여행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훈씨는 음악 마니아다.. 한 방을 쓰던 형이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 자연스게 팝 음악에 매료됐다. 최씨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LP판도 무려 6000여장.
모차르트, 비틀즈, 아바, 퀸, 칼리사이번, 패티페이지 등의 외국음반에다 김정호, 송창식, 양희은, 조정현 등의 국내음악을 통해 70~80세대의 음악적인 감수성을 자극한다.
"레코드판 2장을 내고 요절한 영국 락가수 데니스 조플링의 LP판을 구하기 위해 목포를 다 뒤진 적이 있어요. 결국 밤에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가서 겨우 판을 구했죠. 등록금을 LP판 구입하는데 써버려 부모님께 혼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지연 대표는 "잡지나 LP판은 옛날 문화정서를 담긴 우리의 소중한 기록"이라며 "젊은이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아버지 세대들이 과거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즐겼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 '낡은 잡지와 음악에 말걸기'= 16일~6월16일 진안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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