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1. 전주지역 시내버스 파업이 오늘(4월25일)로 138일째 계속되고 있다. 버스를 주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는 노인들과 여성, 학생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 오는 6월 23일은 유엔이 정한 '사별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idows Day)'이다. 유엔은 남편과 사별한 전 세계 2억4500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인식을 촉구하기 위해 2010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기념일을 제정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빈곤·소외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여성과 자녀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다.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전라북도의 여성가구주는 2010년 현재 16만 가구로 전체 가구주의 24.1%에 해당한다. 사별에 의해 가구주가 되는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이혼으로 인해 여성이 가구주가 되는 한부모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여성가장들의 대부분이 여성 고용시장의 불안정과 맞물리며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
#3. 복지와 여성을 연관시켜 내친 김에 더 나아가 보자. 쓰나미 피해가 큰 일본 얘기다. 일본 여성계는 1995년 한신 대지진 경험에서 피해 대책에 성별 격차를 고려한 젠더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지진 피해 시 성폭력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비록 더디기는 했지만 대피소에 생리용품이나 기저귀·우유를 보급하고, 칸막이를 설치하고, 여성화장실에 거울을 비치하고, 피난소 운영에 여성을 가담시키고, 성폭력을 포함한 상담창구를 설치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가 화두다. 이른바 무상보육,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복지논쟁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편주의 복지니, 선별주의 복지니 하는 복지개념까지 등장하고 있어서 바야흐로 복지논의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의 과정에 여성이나 가족의 문제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편적 복지라는 화두 속에서 여성폭력, 인권과 젠더를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많은 적극적인 개선 노력에도 여성의 실질적인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에서 여성 실업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심각한 편이며, 다행히 정규직으로 취직이 된다 해도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그리고 자녀양육 과정에서, 여성들은 조금씩 경제활동에서 배제된다. 가사노동·보육·집안 간병 등 가족 내 돌봄이 여성의 몫으로 남아있고 장시간 근로가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사회분위기에서 여성은, 울고 매달리는 아기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서 일을 놓게 된다. 몇 년을 쉬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직장을 찾아보면, 이 때는 임시직이나 파트타임 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여성이 첫 직장을 나와서 두 번째 직장으로 재취업하기까지 경력단절 기간은 무려 10.2년이나 된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
사실 보육정책은 여성의 경제활동이나 가족 내 돌봄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데도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차원으로만 접근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과 가정 양립정책 역시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가족의 아동돌봄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당연히 가족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는데도 그 관련성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여성의 눈으로, 다른 목소리로 복지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복지사회의 기반은 가족이다. 특히 영유아기 자녀를 둔 가족에 대한 보육지원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공유와 책임의식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노동시장과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복지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사회는 물질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성장 뒤에 보이지 않는 여성의 역할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보지 않으려 하면 우리의 삶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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