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층·지상 8층 본관, 동양 최대규모 의사당…한바퀴 도는데 40여분 소요…직원 등 수천명 상주
한국에서 가장 넓은 정원. 여의도 전체 면적의 1/10을 차지한 정치 일번지.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로 1번지, 국회의사당을 일컫는 수사(修辭)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로봇 태권브이의 머리를 연상케하는 푸른 지붕의 건물을 모르는 이가 없다.
국회의사당은 해마다 이 맘때면 외지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전국의 유권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켜보기 위해, 전국의 초중고교생들이 견학차 국회를 찾기 때문이다. 적지않은 지역민들도 이미 국회나들이를 다녀왔을 법하다.
하지만 몇시간의 방문으로 국회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얼마 전까지 국회를 출입했던 인연을 앞세워 국회의사당의 내부를 찬찬히 들춰본다.
현재의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1975년 8월 15일 들어섰다. 1969년 제헌절이었던 7월 17일에 기공식을 가진 이래 6년 만에 공사를 마쳤다. 모두 135억원의 건축비가 투입됐다. 당시 국내 예산 규모가 약 1조3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예산의 1%가 넘는 대공사였다.
국회의 전체 면적은 33만580m²(약 10만 평), 의사당인 본관의 면적은 8만1442m²(약 2만4600평)에 달한다.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본관은 국회의사당 건물로는 동양 최대의 크기와 면적을 자랑한다.
순수 국산 자재와 국내 기술로 완성된 국회의사당에는 앞쪽과 뒤쪽 각 8개와 양 옆 4개씩 모두 24개의 기둥이 있다. 기둥의 비율과 외형은 경복궁의 경회루 석주(石柱)를 본뜬 것으로, 24절기를 의미한다. 또 전국 8도(道)에 맞춰 전면에 기둥 8개를 배치하도록 설계됐다. 국회의원들이 1년 24절기 내내 항상 전국 8도의 국민들을 생각하라는 뜻을 담았다는 게 국회측의 설명이다.
본관의 경우 둥근 돔형태의 지붕을 가진데다, 처마역할을 하는 수평의 파라펫(평판 석조물)과 이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을 지닌 탓에 '국회의사당에서 로봇 태권브이가 숨어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여전히 들린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로봇 태권브이가 주제가에 맞춰 국회의사당 돔 사이로 떠올라 출격하는 모습이 입체영상으로 연출돼 세간의 관심을 모았었다.
'ㅁ'자 구조의 본관건물은 지상 3층부터 8층까지 속이 비어있는 구조다. 3층 로텐더(rotunda)홀에서 고개를 치켜들면 곧바로 지붕이 보인다.
국회의원들은 본관 2층에서 차량을 내린 뒤 빨간 융단이 깔린 계단을 오른 뒤 로텐더홀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입장한다. 원형무대를 뜻하는 로텐더홀은 연말 예산국회 때마다 여야간 물리적 충돌의 단골 전쟁터로도 알려져 있다.
본관안에는 국회사무처와 기자실(정론관)외에도 본회의장, 예결위 회의장, 소회의장, 각 정당 대표실 및 원내대표실, 상임위 회의장 등이 있다.
또 국회안에는 국회의사당외에도 다수의 건물이 있다. 본관의 좌우로 국회의원회관과 국회도서관이 마주보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뒤편에는 국회방문자센터와 헌정기념관이 있고,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의 사이에 후생관 등을 두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회관의 뒤편에는 별도의 국회의원회관이 조성중으로, 별관이 완공되면 국회의원실이 현재의 30평에서 60평으로 크게 늘어난다.
매머드급 규모에 걸맞게 걸어서 국회를 한바퀴 돌기 위해서는 30~4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회에는 299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한명의 국회의원이 7명의 보좌진(보좌관 2명·비서관 2명·비서 3명)를 둘 수 있고, 사무처 및 도서관 직원, 출입기자 등까지 합치면 국회 울타리내에 상주하는 인구는 수천명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안에는 상주직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흡사 '작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협 등 은행과 우체국, 세탁소, 미장원과 이용실, 구두수선소는 기본이다. 내과·치과·한의원·약국이 있고, 세탁소도 두고 있다. 후생관에는 하나로마트가 입주한 것은 물론 빵집, 안경점, 서점, 꽃집도 영업중이다. 후생관 2층에는 예식장도 마련돼 있고, 최근에는 민주당 신건 의원(전주완산갑)의 보좌진 한명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본관 지하에는 교회와 성당·선원(禪院)까지 완비돼 있다. 국회의원들을 위한 사우나, 일반 직원들이 이용하는 체력단련실 등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시설로 꼽힌다.
사실 적지않은 국민들이 국회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다. '폭력국회·막장국회'라는 선입견도 여전하다. 여야가 주요 현안이 제기될 때마다 극한대립과 물리적 충돌을 일삼는 추태를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국정감사 등 정부견제와 입법활동을 위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국회의 속살을 들여다볼수록 '국회도 사람사는 곳'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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