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극영화 넘나드는 실험…영화의 범위는 어디까지
"저의 첫 장편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는 전주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5일 박찬경 감독은 수상 소식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요약했다. 한국 장편 경쟁을 통해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다시…〉는 '안양'이 주인공인 참 희한한 영화. 불교 경전 「아미타경」에 나온 '안양'은 극락을 의미한다. 극락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뜻도 되고, 도시 안양을 희망적으로 해석한 것도 된다.
〈다시…〉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경계를 넘나들면서 안양에서 발생했던 1988년 그린힐 화재 사건을 추적하는 '영화 속 영화'. 박 감독은 영화에서도 감독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당시 화재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영화의 안내자 역할에 충실하다. 그린힐 화재 사건은 안양의 비극적인 과거라면, 안양 시의원 선거나 유물 발굴· 4대강 사업 등은 안양의 현재. 안양의 과거와 현재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외부자의 시선으로 본 안양의 축소판이 완성된다.
감독은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형성된 억압된 기억을 잊고 사는 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화를 보고 돌아서면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허탈감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황량하기 짝이 없는 마음에 불씨를 던져준다. 그것은 바로 새롭고 낯선 실험을 통해 안양의 이야기가 새롭게 기억된다는 점이다.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문제작이지만, 영화가 어느 범위까지 확장 가능한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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