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지난 5월 6일,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폐막했다. 올해 영화제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지난 12년간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해왔지만, 개인적으론 올해 영화제가 가장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영화제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 한 달여 동안에는 버스파업으로 인해 생길지 모르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검토하고, 토론하고, 결정해야 했고, 어려워진 경제사정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덕분에 모든 스텝들은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수고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또한 유난히 쌀쌀했던 날씨와 느닷없는 주말 비소식 덕분에 여러 가지 걱정과 대비를 함께 해야 했고, 예년보다 많아진 관객을 위한 여러 행사와 전시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여기에다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영화제를 찾아오면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을 겪기도 했다. 참으로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다행히도 큰 문제없이 영화제를 마칠 수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영화를 상영하고 창작자와 관객이 영화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영화제의 형태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전주국제영화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다층적이다. 이 다층적인 요소들이 사방으로 입체적으로 뻗어나가면서 다양한 관객과 만나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관객이 느끼지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가 발생한다. 물론, 그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영화의 거리라는 독특한 공간과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관객의 열정으로 부터 나오지만, 그것만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국내·외 게스트들과 관객은 바로 이 에너지를 느낀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해외 게스트들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고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나 역시 영화제의 상영관과 영화의 거리에서 품어져 나오는 열기와 에너지를 느낀다. 한편으론 즐겁지만, 나와 나의 동료들이 벌여놓은 이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를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종종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마주하곤 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일차적인 이유는 영화제 스텝들과 JIFF지기들의 노력과 땀 때문이다. 전국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위해 모인 이들은 영화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꺼이 밤을 새우고, 악조건 속에서 기꺼이 자신들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난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행사의 이면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해준 스텝과 자원봉사자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영화제 기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칭찬했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을 하기도 했다. 완벽한 영화제 또는 완벽한 행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칭찬의 목소리를 가볍게 듣고, 비판의 목소리를 마음에 새기는 것이며 이 비판의 목소리들을 다음 영화제에 반영하는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러한 다양한 칭찬과 비판을 기반으로 내년에도 더 좋은 영화들과 더욱 안정되고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해준 관객과 전주시민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영화제 주변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위해 물리적으로 도움을 주고 심정적으로 지지해 준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