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서 'JIFF 관객상'을 수상한 '트루맛쇼' 때문에 맛판(?)이 난리가 났다.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라는 불온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평범한 분식집이 TV 맛집 프로그램에 나오기까지 방송사-외주제작사-협찬대행사-식당 간 물고 물리는 과정을 몰래카메라로 담은 영화로 MBC 〈불만제로〉나 KBS 〈PD수첩〉과 같은 함정 취재 형식을 빌렸다.
이 영화를 제작한 김재환 감독은 MBC 교양 프로그램 PD로 방송을 시작해 지금은 10년째 외주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TV 맛집 방송은 신체 학대쇼다"란 '뽀대나는' 말 한마디를 외치기 위해 경기도 일산에 직접 식당을 차렸다. 그리고 1000만 원을 대행사에 건네고 캡사이신(capsaicin,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 폭탄 같은 떡볶이와 돈가스를 만들어 방송을 탄 뒤 곧바로 문을 닫았다.
김 감독의 괴짜(?) 짓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3년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의 '바람난 사회의 독, 스와핑'이라는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했던 B2E 프로덕션의 대표였다. 당시 라이벌 방송사인 SBS가 〈세븐데이즈〉란 프로그램을 통해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김 감독은 SBS 측과 후끈한 설전을 벌였다.
물론 전북에도 맛집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넉넉한 제작 환경 탓인지 지나치게 많은 맛집을 토해 내지만, 외주 제작은 아니기에 약간의 면죄부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트루맛쇼'가 전주에서 공개된 탓에 이곳 사정도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북 지역 방송도 이번 기회에 진짜 맛집과 평범한 식당 간의 경계도 생각해보고, 억지 상황을 연출하는 대본과 어색한 연기력 부분은 재고해 보는 건 어떨까. 가령 식당을 방문한 블로거가 주인에게 "주방을 찍어도 될까요?"라고 묻는 대목은 누가 보더라도 작가가 꾸민 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토속적이거나 순수해 보이지도 않는다.
사실 '트루맛쇼'가 대단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여태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외주제작사의 '반란극'이기에 반응이 뜨거운 것이다. 당시 김 감독이 운영하는 식당이 SBS 〈생방송 투데이〉에 출연하면서 결과적으로 SBS가 직격탄을 맞은 꼴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방송사들도 다르지 않다는 증거 자료들이 속속 드러났다. 방송 3사는 자신들은 협찬금, 가짜 맛집, 가짜 손님 따위는 모른다고 발뺌하며, 외주제작사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바른 길을 걷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며 방송 3사 노조를 향해 "방송사 직원 급여를 깎아서라도 양심 없는 프로그램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외주제작비 현실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김 감독의 블로그(blog.naver.com/truetaste)에 들어가 봤다. 그는 블로그에서 "'트루맛쇼'는 돈을 찾아 몰려든 파리떼를 기록한 자연 다큐멘터리다. 모건 스펄록 감독의 '슈퍼사이즈 미'가 자해공갈 다큐멘터리라면, '트루맛쇼'는 창업공갈 다큐멘터리다"라고 소개했다. 짐작컨대 그는 이 영화가 세간의 관심을 끌 것이라 짐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블로그엔 방송 3사와 외주제작사 PD를 겨냥한 거칠지만 직설적인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제는 그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이 전국적으로 생겼고, 해당 3사의 줄 소송 문제도 김 감독이 허위 사실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
그러나 미디어나 카메라를 든 권력자가 이제는 김 감독 자신일지도 모르는 일…. 그 역시 '정치든 종교든 모든 권력엔 악성(惡性)이 존재한다'는 말을 귀 담아 듣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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