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나는 텔레비전을 안 봐" 하며 은근이 대중문화를 하시 보는 태도를 취해 뭔가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촌스런 사람들을 본다. 나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무시하는 사람을 신뢰 할 수 없다.
요즘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를 열심히 본다. 나만 열심히 보는 줄 알았는데, 나와 가까운 사람들도 모두 그 프로들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지난 주 지인들이 완주상관 친구 꽃밭에 모여 놀았는데, 주로 '나는 가수다' 노래 프로 이야기였다. 모두 50대 후반인데, 대중가요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모습은 난생 처음 보았다. 빼앗긴 땅을 되찾아 온 개선장군들처럼 그들은 득의 만만 의기양양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나타나 어른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앉히더니, 이제는 40대 가수들을 무대에 올려 노래 시합을 시킨다. 몇 몇 기획사들이 판에 찍은 듯 만들어 낸 '아이돌' 가수들로부터 노래를 되찾아 온 것이다. 정말이지 얼마 만에 우리가 텔레비전의 노래를 따라 불러보는가. 뭔가 뻥 뚫린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당당하고 신나는 서바이벌 게임이 대중들에게 안겨주는 카타르시스는 놀라운 사회적인 의식을 충동질 한다.
'나는 가수다'는 하나의 사회적인현상이다. 사회적인 현상은 새로 돋아나는 싹일 수도 있고, 빼앗긴 것을 되찾아 낸 것일 수도 있고, 죽은 줄 알았던 것이 어떤 계기로 되살아 난 것도 있다. 사회적인 현상이란 세상에 대한 무관심으로부터 깨어나 어떤 현상에 대한 의식을 갖는다는 것인데, 그 의식이 사회의식으로 흘러가 그 끝이 늘 정치 행위로 실현된다. 권력을 잡은 이들은 이런 사회현상의 깨어남을 경계한다. 분산시키려들고 잠재우려 들고, 관심을 딴 곳으로 유인하려한다. 그러나 이제 이런 사회적인 현상의 흐름이 쉽게 조종되지 않고 간단히 잡히지도 않는다. 시민들의 정치사회의식의 힘이 강화된 것이다.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은 '이상한 놈, 나쁜 놈, 비겁한 놈, 쪼잖한 놈'은 탈락시킨다. 이제 '좋은 놈, 당당한 놈, 바른 놈'을 찾는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가 일으킨 대중가요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인 관심이 되어 정치적 관심으로 흘러갈 것이 분명하다. 강력한 자기 의사의 표현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거의 혁명적일 것이다. 이 현상을 눈치 채지 못한 순간 '제명'된다. 대중들은 절대 만만치 않다. 우리 국민은 이제 그 무엇이든 바꾸어버릴 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 의식을 갖추고 있다.
/ 김용택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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