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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성 칼럼] LH갈등, 수습이 중요하다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온 나라가 찢어져 싸우는 갈등양상이다. 국책사업을 벌일 때마다 나타나는 갈등구조가 반복되는 게 걱정스럽다. '불복종운동'까지 이어지는 탈락지역 저항이 예상수위를 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데는 일단 정부 책임이 크다. 갈등의 전조(前兆)를 알고도 제대로 대응치 못했기 때문이다.

 

대개의 나쁜 일에는 조짐들이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정부도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런 전조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물론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입지 선정은 본질적으로 지역간 갈등 유발적 요소를 안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확고한 원칙과 일관성,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정부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백지화된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등 '빅3'사업에서 난맥상을 드러냈다. 기회주의적이다. 이런 무원칙과 일관성 결여는 필연적으로 '돌려 막기'식 이나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식의 행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LH 일괄이전 결정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성난 경남을 무마하기 위한 포석으로 비춰진 것이다.

 

지역발전위원회 위원단은 바지저고리로 만들었다. 정부는 확정 전에 왜 미리 "일괄 배치다" "진주로 간다"며 흘리고 다녔는가. 결정 배경도 "통합시킨 회사를 다시 둘로 쪼개면 경영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이유를 내놓았다. 그러고선 사흘 후 발표한 과학벨트 입지선정은 경영효율성 잣대가 아닌 '분산배치'라는 지역적 안배가 이뤄졌다. 적용 기준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정부 약속만 믿고 분산배치를 요구해온 전북의 자존심은 아랑곳없다. 그러니 '사전 각본' 의혹을 제기하고 삭발하는 장면이 반복되지 않았는가. 반발 초점이 계획을 수정한 정부 불신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절차 시비를 자초했다. 원칙과 약속을 뭉개는 행태들이 용렬하다. 그렇게 뻔한 결론을 위해 왜 그리 머나먼 길을 돌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진작 결정을 못 내리고 질질 끌어온 정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시대에 정부의 일방적 통행은 옳지 않다. 이번에도 불가피한 경우라면 전북과 경남의 상호 유익한 관계를 위한 과학적 설득이나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는 상황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야 갈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었다. 이른바 홍보를 넘어선 PR(Public Relations. 공중관계성) 정신을 고민해야 했던 것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전북엔 결국 상처만 남겼다. 격앙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갈등과 혼란에 대한 수습이 중요하다. 그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맞다. 맺은 정부가 풀어야 한다. 총리 담화문에도 정부 사과는 빠졌다. 통치는 선택이지만 혼선을 초래한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제 풀에 떨어질 것이라고 바라는 형국이라면 그건 망상이다.

 

전북의 항변 또한 절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나치면 국가정책의 왜곡을 낳기 쉽다. 높은 산은 돌아갈 줄 아는 지혜도 가져야 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재배치와 세수(稅收)보전 방안을 보면 헛물만 켠 건 아니다. 과제는 투쟁 포기의 진정성과 투지다. 이것이 결합되면 감동의 리더십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책임론은 그다음 일이다.

 

/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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