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개관 앞둔 부안 석정 문학관 등 6곳 설립·운영…일부 전문인력 없어 기획전시·프로그램 개발 한계
문학관은 작고하거나 현존한 작가의 삶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작가 박물관'이다. 이는 시민들에게는 문향(文鄕)을 느끼게 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지만, 박제화된 공간으로 머물기도 해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문학관 건립 이후부터. 국비와 지방비를 수십억씩 들여 건립했지만, 대부분 문학관은 전문 인력이 없어 작고·현존 작가 유물 전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2001년 고창 미당시문학관, 군산 채만식문학관을 시작으로 김제 아리랑문학관, 전주 최명희문학관, 남원 혼불문학관, 그리고 오는 9월 개관을 앞둔 부안 석정문학관까지 현재 도내 문학관은 6곳이나 된다. 석정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도내 문학관의 실태와 이들이 안고 장단점을 짚어봤다.(편집자주)
문학관 건립이 본격화한 것은 2000년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는 전국적으로 문학관이 7곳에 불과했으나 1997년부터 국고가 지원되기 시작하면서 자치단체마다 문학관 건립 붐이 일었다. 현재 전국에 53곳의 문학관이 설립됐으며, 준비중인 곳도 10여 곳이나 된다.
▲ 석정문학관, 문학관 성공 모델 되나
전국적으로 관심을 갖는 곳은 부안 석정문학관이다. 한국문학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신석정 선생은 상대적으로 중앙에서 조명받지 못했다. 석정문학관 개관은 '목가시인'을 넘어서 창씨개명 거부와 해방 후 현실을 비판해온 그를 재조명하는 데 있다. 투입된 예산만 84억원. 그가 태어난 부안읍 선은리 고택 주변 부지 1만7584㎡(5300여 평)에 지상 2층, 연면적 1481㎡ 규모로 9월 개관한다. 부안군은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관련 연구·조사 등을 위해 민간위탁자를 선정할 예정. 여기에 석정문학회와 전북문인협회 등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문학관은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 복합문화공간 지향 최명희·아리랑문학관, 문학적 위상 엇갈려
전주 최명희문학관과 김제 아리랑문학관도 복합문화공간을 목적으로 하지만, 문학관 위상이 엇갈린다. 최명희문학관은 최명희 선생의 생가가 있던 한옥마을에 터를 잡았다. 초반에는 혼불문학공원 관리와 전시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전문인력들이 손글씨 공모전, 작고 문인 조명, 전북 문인 친필 원고 정리 등을 기획하면서 차별화하고 있다. 특히 최명희 선생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 발굴과 유물 확보,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관련 연구나 유물 확보, 혼불문학공원 관리 등에 있어 수탁기관인 혼불기념사업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김제 아리랑문학관은 2003년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주제로 건립된 곳이다. 문학관은 '일제 수탈 1번지' 김제의 농경문화를 엿볼 수 있는 벽골제, 창작스튜디오, 벼고을테마파크 등과 함께 벽골제 사업단에 속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각종 시설들과 연계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독자적인 관리·운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학예사가 벽골제박물관과 아리랑문학관을 동시에 관리·운영하기 때문에 문학관 운영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문학관에는 문화관광해설사만이 전시 안내를 도울 뿐이다.
▲ 미당시·혼불·채만식문학관… 문학관 특성 살리지 못하고 전문인력 없어 한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의 진마마을은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태어난 곳이다. 2001년 옛 초등학교를 개조한 미당시문학관은 미당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동시에 시문학 순례지 조성을 목적으로 건립됐다. 문학관에는 서재재현실, 전시실,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 미당의 소품과 작품 23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미당 생가와 매년 11월에 열리는 질마재 축제는 문학관을 시문학 순례지로 거듭나게 한다. 역시 전문인력이 없어 기획 전시와 프로그램 개발에 한계를 보인다.
'혼불'의 배경이 된 남원 혼불문학관은 지자체 문학관 조성에 불이 붙으면서 2004년 마련됐다. 최명희라는 전북의 문화콘텐츠를 알리는 관련 전시물 외에도 학생 위한 엽서 쓰기, 목판 체험뿐만 아니라 경운기를 타고 '혼불'에 나오는 서도역과 종갓집 둘러보기 등 체험이 있는 것이 특징. 문학관에 오면 혼불문학마을을 둘러볼 수 있어 관광객은 많지만, 역시 전문인력은 없는 상태. 혼불문학관을 널리 알렸던 혼불문화답사단의 지원마저 끊겼다.
소설 '탁류'의 배경이 된 금강에 지어진 채만식문학관 역시 군산항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2001년 문을 열었다. 전시실에는 육필 원고의 복사본, 작가 사진과 밀랍인형 등이 전부. 학예사는 없고 자원봉사자가 돌아가며 안내와 해설을 돕고 있어 제대로 된 볼거리를 마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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