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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칼럼] 군산 미군(美軍) 기지의 그늘

조상진 (논설위원)

 

군산과 미군과의 만남은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28일 이루어졌다. 미군 기계화 부대가 이날 처음 군산에 진주한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군 7사단이 9월 8일 인천항에 상륙했다. 이어 11월까지 7만여 명의 미군 병력이 남한 전역에 배치되었다. 전주에는 9월 13일, 익산에는 25일 진주했다. 군산항에 입항한 미군은 산북동(당시 옥구군 선연리)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일제때 일본군의 비행학교였던 곳이다.

 

그러나 미군은 1948년 한국정부 수립과 함께 미국의 방위선에서 남한을 제외하는 '애치슨 선언'에 따라 군사고문단 일부만 남기고 철수했다.

 

미군을 한반도에 다시 불러 들인 것은 1950년 6·25 전쟁이었다. 이날 새벽 무력통일에 적극적이었던 북한은 38선을 밀고 내려왔다. 전혀 대비하지 못한 남한은 낙동강까지 밀렸고 급기야 미군이 다시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

 

3년 1개월 동안 지속된 6·25 전쟁은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었다. 남북한 양측을 합해 250만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고 1000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을 남겼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미군 참가자는 총 178만 명으로, 3만6940 명의 사망자 등 13만7250 명의 피해를 냈다.

 

1953년 휴전 직후 미군은 전국 62개 지역에 주둔했다. 그리고 미군부대 주변에는 기지촌이 생겨났다. 포주들이 생기고 홀이나 클럽으로 불리는 술집, 미군과 위안부를 고객으로 한 각종 상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미군PX 등 군용물자 암거래업자와 암달러상, 깡패들이 판을 치던 1960년대의 무질서는 기지촌 경제의 황금기였다. 당시 군산을 비롯한 이태원 동두천 의정부 대구 부산초량 등 전국 기지촌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윤락여성(양공주)의 수가 2만 명을 넘었다.

 

군산시내 한복판인 영화동도 달러로 흥청댔다. 당시 위안부와 유흥업 종사자가 500-600명, 미군에서 물건을 빼다 파는 보따리 장사가 200명, 미군기지내 근무자가 800명 정도로 1500명 이상이 미군에 생계를 기대었다.

 

그러다 1970년대 들어 미국이 주한 미군을 감축하자 영화동의 영화도 한 여름 밤의 꿈이 되었다. 1969년에는 산북동 505번지에 아메리카 타운이 조성되었다. 마을 주민들의 요구로 미군은 부대정문으로 부터 3마일(4.8㎞)이내 출입을 제한했는데, 최단 거리가 이곳이었다.

 

1980년대는 대학가의 반미(反美)시위가 격화되었고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미군부대의 경제적 가치는 떨어졌다.

 

하지만 그늘도 없지 않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아메리카 타운 외국인전용클럽(유흥업소)에는 71명의 여성이 고용돼 성(性)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부분 필리핀 여성으로 예술흥행비자(E-6)로 입국, 6개월-1년 동안 근무하며 계약서상 급여의 50%를 착취 당하고 한달 30-40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또 최근에는 잇단 환경오염 논란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기름이 유출돼 새만금 방조제 안쪽으로 흘러들었고 석면 폐기물 매립도 확인되었다. 더불어 한 퇴역 미군이 1968년 군산기지 내에 고엽제가 살포됐다는 증언을 하면서 여파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한미행정협정(SOFA)에 따라 군산시가 조사할 수 없어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상태다.

 

130만 평 규모의 미군기지에는 현재 3000-4000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곧 6·25 전쟁 61주년이다. 또 미군 주둔 66주년이 다가온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위해서도 미군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때가 되었다.

 

/ 조상진 (논설위원)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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