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3 11:29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일반기사

[문화마주보기] 다문화가족,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

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두 해 전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에 자리했을 때, 몇 지인들은 전북의 여성정책으로 다문화가정(결혼이주여성)과 관련한 연구나 사업을 반드시 챙기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만큼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많아졌고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어느 면에서는 과장되어 있는 측면도 있다.

 

지난 3월, 각 시·군에 맞는 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을 개발하기 위한 복지현장가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도내 한 면단위 지역 초등학교 입학생에 다문화가정 자녀가 한국인가정 자녀보다 많았다면서, 이제 젊은이가 없는 농촌에서는 역으로 한국가정 자녀에 대한 우대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니, 벌써?" 반신반의하면서 그 학교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아직은 외국인 수의 비중이 작지만, 다문화의 진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보니 실제보다 체감 속도가 빨랐지 않았나 싶다. 그야말로 어느 순간에 다문화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고, 이제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50년 결혼이민자가 98만2700명으로 늘어나고, 그 자녀를 포함하면 외국계 한국인이 216만4800명이 될 것이란 조사결과를 내놨다. 40년 뒤면 한국인 100명 중 5명은 생김새가 '조금 다른' 한국인들로 채워진다는 설명이다. 전라북도의 경우, 2009년 말 현재 결혼이민자가 7,051명(남자 219, 여자 6,832)으로 전북 인구의 0.38%를 차지하며 결혼이주여성만 보면 2005년에 비해 2.5배가량 증가했다.

 

다문화가족의 증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결혼이민자들은 의사소통과 문화적 갈등, 가족 갈등, 2세 양육문제, 경제적 곤란 등으로 한국생활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문화가정 중학생 자녀 중에서 중학교 재학률이 60%에 그치고, 고등학생 자녀는 26%만이 학교에 다니니, 학교밖 다문화 청소년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이혼 증가에 따른 다문화 결손자녀를 감싸안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학교, 복지시설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만을 위한 이벤트성 행사를 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그들'과 '우리들'로 구분지음으로써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다.(물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결혼 여성이민자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지원되는데도, 많은 여성이민자들은 국제결혼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에 가족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여성이민자 가족의 해체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지난해 국제결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인 결혼중개 사업자는 상업적인 결혼중개업소를 단속하는 것만으로도 결혼이주여성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도 '총 300만원이면 여성이 2개월 안에 한국에 귀국', '사랑도 할부로 한다구요? 100% 서비스 성혼 만족' 등의 문구로 국제결혼 광고를 하는 결혼중개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한국 남성과 결혼을 앞둔 베트남 여성을 대상으로 출국 전에 하루 4시간씩 20일간 총 80시간 한국생활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었다.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는 이 교육이 실효가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차라리 입국해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 이해수준에 따라서 일정기간 입소해서 교육을 받게 하고 배우자(한국인 남편)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한국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문화는 '우리 문화'와 대별되는 '다른 문화'가 아니다. '다양한 문화'로서의 다문화인 것이다. 다문화가족은 배려나 친절의 대상이 아닌, 생활 주체로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이다.

 

/ 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