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거보다 일이 커지네."
MBC '무한도전'의 '유반장' 유재석은 지난 18일 방송에서 걱정스러운 듯 이렇게 읊조렸지만 애초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는 컸다.
2009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후 명카드라이브(박명수, 제시카)의 '냉면'이 음원차트를 휩쓸 때부터 2년 후 '무한도전'(이하 무도) 가요제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고 지난달 초 방송된 프롤로그 격인 '디너쇼' 편은 이런 기대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올해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특집은 음악과 예능이 만나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하다 = 2년마다 선보이는 '무도' 가요제는 웃음과 눈물을 함께 담아내며 감동을 선사해왔다.
지난 11일 특집 방송에서 바다와 길이 들려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뮤지컬을 할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바다의 사연과 청소년기 말썽을 피워 아픈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며 힘들었을 어머니를 더욱 힘들게 했었다는 길의 고백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며 감동을 자아냈다.
방송에서 개인적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유재석도 노래 작업 중 파트너 이적의 부탁에 과거 무명 시절 '당장 내일 뭘하지'가 고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이런 부분은 제작진이 음악과 함께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예능이 전달하는 음악의 감동이 상당 부분 드라마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행보라 할 수 있다.
◇재미로 푸는 음악적 진지함 = 유재석과 바다, 길의 이야기는 단순한 고백에 그치지 않고 그대로 노래에 담긴다. 이들의 작업 과정은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음악으로 만들어지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처럼 올해 '무도' 가요제는 예전보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뮤지션들의 비중도 그만큼 커졌다.
이적, 지드래곤, 십센치(10cm), 스윗소로우, 정재형, 싸이 등 쟁쟁한 뮤지션들은 음악적 진지함을 견지하며 예능과 음악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재미를 놓치지 않는 게 '무도'의 강점이다.
박명수가 감각적 음악 스타일을 자랑하는 지드래곤이 만들어온 곡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며 퇴짜를 놓거나 정형돈이 생전 처음 듣는 음악을 제안한다며 파트너 정재형을 타박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하하에게 두 곡을 제안했던 밴드 십센치의 윤철종이 마음에 드는 곡을 고르며 다른 곡은 만들어야 할 부분이 많아 귀찮아서 싫다고 말하는 부분도 뮤지션의 솔직한 속내를 만난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다 = 가요제 특집이 주는 또 다른 재미는 출연자들의 몰랐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무도' 멤버 길이 녹음 과정에서 바다가 부른 음 하나하나를 지적하는 모습은 그간 보기 힘들었던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감성적이고 섬세한 뮤지션인 정재형은 파트너 정형돈에 뒤지지 않는 개그 감각을 과시한다. 김태호 PD가 트위터에 쓴 표현에 따르면 제작진이 편집하다 그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다.
새침한 표정으로 '쟤 욕좀 해줘'라고 말하거나 유재석을 찬양하는 정형돈에게 대놓고 '어우, 너 짜증나'라고 말하는 모습은 예민한 뮤지션 캐릭터와 묘하게 겹치며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 18일 방송에서는 이적의 악보를 들고 도망가다 악보가 목도리에 걸리며 의도치 않은 '몸개그'까지 선사했다.
의외의 모습을 선보이는 이들이 있다면 정형돈과 노홍철, 싸이 등은 기존의 이미지에 부응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주간 '무한도전'은 가요제 특집을 통해 '역시 무도'란 평가가 무색하지 않게 했다. 제작진이 앞으로도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7년 중 이렇게 기쁜 날이 있었나 싶다'라고 평했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현장은 오는 25일부터 2주에 걸쳐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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