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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생의 참회

이남구

오사마 빈 라덴이 살해되었다는 보도에 미국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환호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전에 어디에서 읽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테마를 생각했다. 술좌석에서 '그 놈 잘 죽었다' 라고 내 뱉는 화풀이 소리도 들린다. 빈 라덴은 10년 전에 알카에다 조직을 이끌며 9·11테러로 3000여 명에 이르는 뉴욕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러면서도 후회는 커녕 세계의 눈을 피해 숨어서 더욱 더 가혹한 테러를 준비하다가 죽음을 당해 사살을 계획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를 상승케 하였다. 9·11테러로 인해 죽은 가족, 친지, 친구, 미국 국민 아니 전 세계인들 중에 '그 놈 잘 죽었다'라고 동조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알카에다 일당은 보복 준비도 하려고 할 것이고 이에 대비해 미국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다.

 

거창한 뉴스 속에 살고 죽고가 아니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보통인들의 삶속에서 생사를 생각하게 한다. 한 친구는 신문을 읽으며 부음란을 유심히 읽는다고 했다. 나와 별 관계없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는데 내가 잘 아는 친지, 친구, 친척이 사망했을 때는 새삼 죽음을 실감하고 안타까워한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이 죽었다 했을 때 잘 죽었다고 하는 소리를 들을까 염려도 해본다.

 

'아까운 사람 죽었다'라고 생각하게 살아야지 '그 놈 잘 죽었다'라는 인생 살아서 되겠나 싶다.

 

아파트 정원에 분홍, 새하얀 철쭉이 흐트러지게 피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고 멋진 모습을 뽐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 금산사 가는 길 양편에 신록이 우거져 아름다운 천지를 이루고 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내년, 내후년에도 그럴 것이다.

 

며칠전에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보았다. 아프리카 남수단의 톤즈에서 고생하는 주민을 위해 헌신하다가 48세로 몸을 바친 고 이태석 신부의 성스러운 일대기였다.

 

자연과 인간이 우리 모두에게 베푸는 아름다고 갸륵한 모습은 도처에 많다.

 

한때는 부러울 것이 없고, 거들먹거리고 살았지만 죽고나니 아까워 하기는 고사하고 '그 놈 잘 죽었다' 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다.

 

그냥 생각없이 한마디 한 말이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아, 두고 두고 섭섭하게 하여 평생 웬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죽어서 친구들로부터 아까운 사람 갔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을 옳고 바르게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오사마 빈 라덴은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이슬람 종교운동인 와하비즘에 심취하여 처음에는 소련에, 나중에는 미국을 상대로 테러에 가담하고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되었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게 살다가 처참하게 죽어가야 했을까. 우리 모두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준 것 같다.

 

*수필가 이남구 씨는 〈문예사조>로 등단했다. 수필집 「가슴마다 파도치는 세대들」, 「그래도 너희들을 사랑한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 세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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