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여기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롬이다. 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 해외 연수 중이다. 핀란드 헬싱키와 스웨덴 스톡홀롬 거리를 거닐다 보면 참 편안하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빌딩도 엄청나게 큰 간판도 빵빵거리는 차들도 없다. 전차나 버스, 승용차나 자전거·사람도 자기 길을 평화롭게 다닌다. 사람들이 사는 집도 우리처럼 고층아파트 일색이 아니고 3~5층 정도 나즈막한 높이에, 가운데에 넓은 정원을 공유하는 하나의 작은 마을 같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거리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와 참 많이 다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흔히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잘 사는 것도 질서를 잘 지키는 것도 싸우지 않는 것도 문화의 차이라고 단정하면서 결국 우리는 '이래서 안돼'식의 자기 비하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문화란 오랜 세월 형성되어 온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제도는 결국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란 사실을 지나쳐 버린다. 신도시를 설계할 때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헬싱키 도시계획국 직원은 자신있게 환경을 제일 먼저 고려했다고 대답한다. 개발이익을 앞세워 도로와 가까운 곳은 상업용지로 분양하고 주택용지도 고밀도 개발을 해버리는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 개인이나 개별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 즉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철학이 모든 차이를 낳은 것이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경우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계획과 10~20년의 중기계획을 수립하고 마스터플랜을 고치는데만 30년이 걸렸단다. 오래된 공장부지를 주거지로 개발한 '아라비아난따'는 시가 공영개발을 주도하면서 분양과 임대주택이 균형을 맞추도록 하고 노인주택, 학생주택이 한 단지 내에 공존하도록 배치하여 다양성 속에 통합을 추구했다. 또한 각 집의 조망권, 일조권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비스듬히 배치하고 발코니를 내어 지은 것도 흥미롭다. 우리는 높은 곳에 사는 사람, 앞에 사는 사람이 햇볕도, 탁 트인 시야도 다 독점해버리지 않는가.
한 나라가 잘사는 조건은 무엇인가. 그동안 힘있는 자들은 우리나라는 땅덩어리는 좁고 지하자원도 없고 대신 인구가 많으니 먹고 살려면 죽어라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가르쳐왔다. 그렇다면 국민소득 3~4만불의 북유럽은 어떤 조건에서 잘사는 걸까.
그들은 국토는 우리보다 넓지만 북쪽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동토지대고 삼림자원 외에 이렇다할 자원도 없다. 국가 경제력만 본다면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니 이들 작은 나라보다는 훨씬 잘 사는 나라다.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가난할 때 이미 국민 모두가 재산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고 키우는 부담없이 아이를 낳고 노후 걱정없이 사는 보편복지제도를 도입했다. 그들은 우리보다 작은 집에 살며 작은 차를 몰고 싼 휴대폰을 쓰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다. 완벽한 복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없이 개개인의 능력을 계발하는 데 집중하게 하여 이들을 경쟁력있는 국가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부자나라의 가난한 국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 개개인이 잘 사는 나라가 우리가 꿈꾸는 나라다. 핀란드 대통령 할로넨은 '우리의 목표는 복지사회에 경쟁력을 더하는 일'이라고 했다. 복지사회를 실현하고 유지하기 위해 벌어야 하는 것이다. 노키아가 벌고 볼보가 번다. 그 돈은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통해 다시 국민들을 위해 쓰여진다.
북유럽 나라들과 우리의 차이점은 경제력이나 국민성이 아니고 국민이 선택한 정치체제의 차이다.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발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핀란드 대통령궁을 지키는 경비원은 단 두명 뿐이다. 그 앞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지나다닌다. 우리는 얼마 전 LH문제로 청와대 앞에 가기 위해 수 백명의 경찰들에게 둘러싸여야 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밖은 아직도 환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이루는 북구의 밤이 길게 느껴진다.
/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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