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쓴 맛에 잃어버린 입맛 되찾아
요리에 있어서 재료는 처음이자 끝이다. 그래서 제철에 맞는 좋은 재료로 차려낸 밥상은 아무리 간소해도 모자람이 없는 법이다. 매주 금요일 '하늘모퉁이' 발효식품 대표 고광자씨가 '고광자의 제철음식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바로 옆집에 사는 며느리는"입맛 까다로운 시어머님 밥상에 뭘 올릴까?" 긴 한숨을 내쉰다.
매년 봄이면 제일 먼저 상추씨를 뿌린다. 봄부터 한 잎 한 잎 뜯어먹던 상추는 초여름이 되면, 동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막 시집온 새댁 시절만 해도 어르신들께서 뭘 좋아 하시는지 몰라 밥을 들지 않으면 맘이 편치 않았다. 그때는 어려운 시절이라 먹거리가 많지 않았다. 푸성귀라고는 동이 오른 상추뿐인데, 쌉소름한 상추로 뭘 할까 했다. 고추에 보리밥을 넣고 학돌(멧돌)에 갈아 상추김치를 담갔다. 입맛을 잃은 이맘때 동상추김치는 시어머님께서 좋아하는 제철 최고의 반찬이었다. 고기반찬에 진수성찬보다야 좋지 않겠지만, 그때 먹던 동상추김치는 참말로 맛있었다고 하신다.
옆집 시어머니는 나에게 "상추가 동이 올라와 아까워서 어쩔까 모르것네, 상추 먹을거면 뜯어다 줘"하며 대답을 기다리신다. "할매 그렇지 않아도 쌉소름한 상추김치 먹고 싶었는데 걱정마세요" 나도 돌아가신 시어머님을 생각하며 동상추김치를 담갔다. 약간 익혔으면, 쌉소름한 맛이 입맛을 돋게 한다. 밭에나가 땀흘리며 일하다 점심때 된장, 고추, 동상추김치만 놓고 먹어도 행복한 시골 점심밥상으로 충분한다.
남원에서는 특히 담배상추를 즐겨먹는다. 담배상추는 잎이 크고 두꺼우면서도 부드럽다. 상추는 수분이 많다. 그래서 탈수가 일어나기 쉬운 여름철 건강에 좋으며, 뜨거운 햇볕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두통이나 현기증에도 좋은 음식이다. 상추는 각종 오염으로 인해 몸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없앤다. 조혈 효과가 있는 철분이 많이 있어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다.
숙취 해소와 간장의 기능을 돕고 피를 맑게 해주어 음주 후 컨디션을 되찾는 데 효과적이다. 동이 올라온 상추를 꺾으면 하얀색 뜬물이 나온다. 쓴맛을 내는 '락투카리움'이라는 성분이다. 이는 진통 효과가 있어 마음을 안정시켜 수면을 유도한다.
어릴 적 먹어보던 음식은 우리 몸에 차곡차곡 맛을 쌓아 놓는다. 본능적으로 계절마다 내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이 들어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인간이란 묘한 동물적 본능이 잠재 해 있음을 음식에서도 알 수 있다. "먹고 싶다 "는 생각보다는 먼저 내 몸에 필요한 음식을 감지하여 몸이 음식을 부르는 것이다. 오늘 내 몸이 부르는 음식은 바로 동이난 상추김치다.
▲ 만드는법
재료 = 동상추, 고추가루, 새우젓, 멸치액젓, 찹쌀풀, 마늘, 양파, 파
1. 동상추를 씻어 살짝 절인다.
2, 동상추 양에 맞게 양념을 준비한다.
3. 절여진 동상추를 한번 씻은 뒤 먹기 좋게 반으로 자른다.
4. 두 번, 함께 버무린다.
5. 살짝 익혀 먹으면 여름철에 먹기 좋은 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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