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프로축구 선수들, 전주사대부고 일일교사 체험…열광적 환호에 선수들 당황
14일 오전 11시27분.
전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전주사대부고) 안으로 전북 현대 모터스 축구단(단장 이철근) 버스가 들어오자 이 학교 학생 수십 명이 차 쪽으로 와하고 몰려들었다.
'라이언 킹' 이동국(32) 등 경기장이나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교실 창마다 매달린 학생들이 일제히 손을 흔들고 함성을 질렀다. 교사들도 설레는 건 마찬가지였다.
전북 현대 선수들은 이날 이 학교 일일교사로 나섰다. 전북으로선 창단 후 처음 갖는 여고 방문 행사. 전주사대부고(교장 최홍규) 전교생 800여 명이 지난달 18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전에서 전북(3-2 승)을 응원한 게 인연이 됐다.
오전 11시40분부터 12시30분까지 진행된 수업에서 이동국(32)과 김상식(35)은 1학년, '골키퍼 듀오' 김민식(26)과 이범수(21)는 2학년, 로브렉(32)과 에닝요(30)는 3학년 반으로 들어갔다. 이 반들은 학년마다 제비뽑기를 해서 정해졌다. 선수들은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각 반으로 움직였다.
이동국과 김상식이 4층 1학년3반 교실에 들어서자 이 반 학생 36명이 폴짝폴짝 뛰었다. 교실에 못 들어온 학생들은 문을 두드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성수 교목(62)이 "내가 소개 안 해도 알겠지?"라고 하자 이틀 전부터 교실 사방을 갖가지 풍선으로 꾸민 학생들이 "예"하고 외쳤다. '이동국&김상식'이라고 적힌 칠판에는 둘의 캐리커처와 축구공도 그려져 있었다.
송명서 실장과 황혜빈 부실장이 반 대표로 이동국과 김상식에게 케이크를 선물했다. 두 사람도 준비해 온 도넛과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일일이 나눠줬다.
제일 먼저 손을 든 주예빈 양이 "학교 첫인상이 어떠냐?"고 물었다. 김상식이 "여고는 처음이라 상큼한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동국은 "너무 귀가 아프다. 모두 예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눈웃음을 지었다.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하고 싶으세요?"
이인선 양의 물음에 이동국은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은 할 것 같은데, 단체 스포츠보다는 개인 스포츠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은 안 할 것"이라고 입을 연 김상식은 "여고 선생님을 하고 싶다"며 재치 있게 맞받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동국 선수를 좋아했습니다. (이동국 선수가) 결혼했을 때는 학교를 조퇴하고 집에 가서 울었어요. 지금도 너무 떨려요."
올해 이 학교에 신규로 채용된 신미숙 국어교사(28)가 이동국에게 짝사랑을 고백(?)하며 "지금 아이가 다섯 살 됐는데, 아빠가 축구 하는 걸 잘 알아 보나요?"라고 수줍게 물었다.
이동국은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주위에 '아빠가 이동국'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며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여 분간의 문답이 끝난 뒤 즉석에서 팬 사인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저마다 공책과 체육복 등을 들고 줄을 섰다. 단체 기념 촬영을 앞두고는 '오빠들'과 더 가까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수업 내내 휴대폰으로 이동국과 김상식을 담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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