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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⑧고구마순 김치

아삭아삭 씹히는 맛 '여름 별미'…오장 튼튼하게 하고 설사에 효과

시내로 나가는 첫 차가 6시30분에 있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채소 보따리들로 차안은 빼곡하다. 마을 앞이 종점이라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어 좋다. 할머니 발밑에 놓인 채소보따리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려도 시장까지 안전하게 가지고 갈 수 있다. 버스는 차근차근 아랫마을로 이동한다. 서 너 마을만 거쳐도 차 안은 할머니들 채소 보따리로 만원이 된다. 등구 앞에서 타는 옥순 할머니는 버스에 올라타면서부터 힘이 드신 표정이다. 있는 힘을 다해 비집고 들어오신다. 벌써 윗옷은 땀으로 범벅이다. 공설시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절반의 힘을 쏟으셨단다. 보따리 놓을 자리를 마련하시더니 금세 옆에 자리한 윗마을 사람들이랑 인사를 나누신다. 버스에 올라 타실 때 힘들었던 기색은 벌써 사라지셨다. 지금부터는 서로가 뭘 파실지 정보를 교환하는 시간이다.

 

내일 또 시장에 나가실 모양이다. 쪽파 3단, 고구마순 10단, 마른 고추랑 서너 보따리를 챙기셨다. "얼매나 받을 수 있을랑가 모르것네." 하시며 웃으신다. 돈 벌 생각에 신바람 나신 모양이다. "김치 담궈 먹으면 좋겠다."며 "내가 고구마순 살께." 했더니 우리 밭에 가면 많아 뜯어다 먹어 하신다. "자취를 하고 있는 딸 아이 반찬을 보내야 하는데 잘됐다." 정자나무밑에서 고구마순을 벗기고 있는데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인다. 김치 담을 거라 했더니 그럼 함께 담그자며 고구마순을 더 뜯어 오신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 김치도 조금씩 담그니까 맛이 없다고 하신다.

 

고구마순 김치 오랜만에 먹어보겠다며 좋아하신다. 젊은 사람들은 고구마순김치를 잘 모르는데 어찌 고구마순김치 맛을 아냐며 내게 "요즘 젊은 사람이 아니여." 하신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한 덕에 꽤 많은 양의 고구마순은 금새 다 벗겨졌다. 고구마순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고, 작년에 대나무밑에 담궈 놓은 멸치젖 넣고, 김치 담을 양념 준비가 다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 "손 맛이 제일 좋은 사람이 누구여." 하며 맛나게 김치를 버무릴 사람을 추천하신다. 나이가 제일 많으신 어르신이 결정하신다. 여러 집이 먹을 거라 손맛이 좋은 서울댁이 버무리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려, 옛날부터 내 손맛이 좋았어."하시며 우리집은 가족수가 많다며 큰 통에 가득 담아주시고 할머니들께서는 작은 통에 담으신다. 딸애 가져다줄 반찬 걱정은 끝이다.

 

요즘 사람들은 각자가 너무도 바쁘게 살아간다. 옆 집에서 누가 살고 있는지 관심도 없다고들 한다. 남원 상신마을에서는 서로가 다 알고 살아간다. 때가 되면 무슨 반찬에 밥을 먹을지, 어젯밤에 누구집 제사였는지, 하물며 자취생활 하고 있는 우리 딸 들 반찬꺼리 걱정도 하신다. 상신마을 사람들은 빨리 걸어가는 사람도 없고, 빨리 밥 먹는 사람도 없고, 빨리빨리 사는 사람도 없다. 정자나무밑에서 고구마순 김치도 함께 담궈 먹는 참 따듯한 동네 사람들이다.

 

고구마순는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하고 혈액을 편안하게 하며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오장을 튼튼하게 하며, 이질과 음주 후 설사, 어린이의 영양부족과 만성소화불량에 좋다. 고구마에 멥쌀을 갈아 물을 붓고 죽을 쑤어 먹으면 비장과 위장을 좋게 해준다.

 

▲ 만드는방법

 

재료 = 고구마순, 마른 고추, 매운 홍고추, 양파, 멸치젖, 마늘, 대파, 밥

 

1. 끓는물에 고구마순을 살짝 데쳐 물기를 뺀다.

 

2. 양파, 대파, 홍고추, 을 알맞게 썬다.

 

3. 마른고추, 멸치젖, 밥, 마늘을 넣고 믹서기에 갈아 2번을 넣어 양념을 만든다.

 

4. 양념에 고구마순을 넣고 버무려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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