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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고추값 - 조상진

고추는 오래 전부터 한국인의 식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대표 음식인 김치를 담는데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요즘 널리 애용되는 떡볶이나 각종 찌개의 맛을 내는데도 필수품이다.

 

또한 민간에서는 간장을 담근 뒤 장독속에 붉은 고추를 집어 넣었고, 아들을 낳으면 새끼줄에 붉은 고추와 숯을 걸어 악귀를 쫓았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열대에서 온대에 걸쳐 널리 재배되며, 한해살이인 우리나라와 달리 열대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고추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확실치 않으나 임진왜란 후쯤으로 추정된다. 고추에 관한 최초 기록인 '지봉유설'(1614년 편찬)에는 "만초(蠻椒)는 일본을 거쳐 온 것으로 '왜겨자'라고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다른 문헌에는 중국에서 전래됐다고도 하고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 갔다는 문헌도 있다. 또 조선시대 어의 이시필(1657년∼1724년)의 '소문사설'에는 순창고추장의 제조법이 최초로 기록돼 있다.

 

고추는 만초(蠻椒) 이외에도 남만초(南蠻椒), 번초(蕃椒), 왜초(倭椒), 랄가(辣茄), 당초(唐椒), 고초(苦椒) 등으로 불렸다.

 

고추의 특징은 매운 맛인데 이는 캡사이신이라는 염기 성분 때문이다. 최근 매운 맛에 익숙치 않은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도 다이어트 효과가 알려지면서 인기 폭발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황산화(세포 노화방지), 항균, 진통, 스트레스 억제, 면역 증강, 가려움증 치료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매운 맛인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상반된 연구도 있다.

 

요즘 고추값이 심상치 않다. 여름 폭우와 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고추가 썩고, 병들고, 절로 떨어져 수확량이 신통치 않아서다.'금초'라 불릴 정도다.

 

지난 해 600g 1근에 6000원이면 살 수 있었으나 올해는 1만5000원을 넘어 2만 원에 육박한다. 그래서 고추장을 만드는 순창지역 장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순창전통고추장의 판매가는 1만8000원으로 이 중 고추성분이 1/3을 차지한다. 이를 원가로 환산하면 6000원 정도여서 고추장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정부는 고추값이 들먹이자 9월초께 값싼 중국산 고추를 대량방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농민들만 힘들어지게 생겼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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