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경기전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적지다. 태조 어진을 봉안해 놓고 있어 그렇다. 그러나 최근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300만명이 넘으면서 경기전 입장객들의 관람문화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경건한 마음으로 입장해서 문화재를 관람해야 하는데도 이를 잘 지키지 않는 관광객이 많다. 무료관람으로 인한 하나의 부작용 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리부서는 문화재 훼손을 걱정하고 있다.
조상의 얼이 살아 숨쉬는 문화재는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래야 후손들이 그 문화재를 보고 문화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경기전은 사적지 임에도 불구하고 유흥지화 돼 버렸고 운동하는 놀이터로 전락했다. 자전거와 롤러를 타고 들어오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는 오토바이까지 타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이 정도면 사적지로서 그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무료입장에 대한 폐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시가 경기전을 유료화 하겠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방안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시 당국에서 적극성을 갖고 관람문화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적지에 대한 관리는 경제논리로 재단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특히 행정에서 먼저 유료화 하겠다고 해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토론회를 가진 것도 어찌보면 순서가 뒤바뀐 난센스나 다름 없다.
시 당국에서 다른 사적지가 거의 돈을 받고 있고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서 큰 부담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시는 입장료 징수에 앞서 그 보다는 볼거리를 더 많이 제공하는 등 콘텐츠 강화에 신경썼어야 옳았다. 더욱이 자치시대에 걸맞는 절차를 밟아 나가야 했다. 먼저 답을 내놓고 절차를 맞춰가는 식으로 일을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시가 세수 확보를 위해 유료화를 검토했으면 먼저 다양하게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 그렇게해도 늦지 않다. 또한 어진도 모사본만 전시해 놓을 일이 아니라 특정일을 정해서 진본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시가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보다는 문화적인 품격을 높여 관광수입을 올리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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