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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칼럼] 오세훈의 눈물…전북의 복지는?

조상진 (논설위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패배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33.3%를 넘겨야 했으나 25.7%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4번 흘렸고 무릎까지 꿇었다. 고심끝에 시장직도 걸었다.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 무거운 빚을 지운다"면서 자신의 충정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과잉복지의 망국적 포퓰리즘(대중적 인기영합주의)'을 경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야권은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일 수 없다"며 투표 거부운동을 벌였다.

 

결국 서울시민은 오 시장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 시장은 재선 1년 2개월만에 시장직에서 하차했다. 이제 여야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두달 후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쏠리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전초전이라며 총력전을 펼 태세다.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시민들이 지난 해 6·2 지방선거 이후 이슈화된 복지논쟁에서 보편적 복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등과 맞물려 더욱 그러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복지'를 빼놓고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우리 경제는 고도성장의 신화가 이끌었다. 기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고도성장 신화가 멈춘 지 오래고, 그 자리를 고용없는 성장이 꿰차고 앉았다. 대기업과 전문직들은 신자유주의 덕에 돈이 넘쳐나는데 청년들은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다.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노령화도 가속되고 있다.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불안'을 싣고 달리는 열차가 되었다. 중산층마저도 아동양육과 교육 의료 노후 주거 고용 등 소위 '6대 불안'에 휩싸여 있다.

 

이번 투표 결과는 그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시 전체 25개 구 가운데 강남 3구는 투표율이 30%를 넘었다. 그 중 부의 상징인 타워팰리스는 59.7%에 달했다. 금천구와 관악구보다 무려 3배에 이르는 투표율이다.

 

우리 사회가 상생과 공동선에 기반한 복지국가를 지향하지 않으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그릇임을 증명해 준 것이다. 따라서 보수진영이나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선별적 복지는 설득력이 약해졌다. 노인, 장애인 등 일부 취약계층에 한해 시혜를 베푸는 정책은 오히려 의존성과 위화감을 키울 뿐이다. 앞으로는 국민 모두가 전 생애에 걸쳐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보장받는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 당연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손자들도 무상급식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이번 투표 대상인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의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은 한걸음 더 나가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엄청난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칫 성장의 저해와 도덕적 해이 등도 뒤따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의 현실은 어떤가. 그저 서울공화국의 일이니, 나 몰라라 할 것인가. 전북은 어느 자치단체보다 복지수요가 높은 곳이다. 빈곤층과 노령인구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반면 재정자립도는 전국에서 꼴찌다.

 

2011년도 예산을 보면 전체의 36.2%인 1조2401억원이 복지관련 예산이다. 이중 국고보조금이 76.7%에 이른다. 이를 용도별로 보면 저소득층 50%, 노인 20%, 보육정책에 10%가 쓰인다. 전북의 복지수요는 날로 늘어나는데 재원을 마련할 길은 막막하다.

 

전북도와 각 시군은 이제 중앙정부의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자구책 마련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때가 되었다. 새만금 사업에 올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문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임을 새겼으면 한다. 오세훈의 경고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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