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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⑩깻잎찜

밥 한 술에 깻잎 한 장…비타민K 함유 혈액 응고 작용

산 아랫마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자연의 섭리가 무서울 때가 있다. 올해도 비가 많이 내려 농작물 피해가 많다. 논두렁, 밭두렁이 무너져 윗밭과 아랫밭 경계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고추밭이랑 들깨밭 경계선이 무너진 것이다. 경계선의 중요성은 농작물이 자라는 장소의 표시이다. 그래서 농사짓는 농부는 경계선을 중요시한다. 밭두렁 양쪽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경계선에 바짝붙여 농작물을 심어놓는다. 확실하게 경계를 표시해 주는 방법이다. 위·아래가 똑같은 작물일 때에는 농작물 서리하기가 좋다. 서로 누구의 밭인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먼발치에서 보는 주인들은 서로의 밭이 아니지 하며 방심을 하게 된다.

 

모처럼 집에 온 딸 아이와 마트에 들렀다. 매장을 둘러 보는데, 입이 '쩍'하고 벌어진다. 모든 물가가 너무 오른 것이다. 특히 작년에 비해 채소 값이 폭등했다. 이렇게 농산물 물가가 오르면, 농부들도 부담스럽다. 물가가 오르면 그 많큼 농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든 것이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것 한 가지만 사기로 했다. 오리고기를 선택했다. 고기가 있으면 야채가 있어야 하지만 상추는 쳐다만 보고 왔다. "엄마 뭘로 싸 먹을까." 한다. 일단 집에 가서 찾아보자고 하고 우리는 마트에서 오리고기 한 팩을 계산하고 나왔다.

 

버스 종점 맞은편 들깨밭으로 올라갔다. 열심히 연한잎만 골라 한잎 한잎 딴다. "이만하면 되겠다." 싶어 밭두렁으로 나왔다. "아이고, 큰일났다." 수동 할머니가 올라오고 계신다. 난 시치미를 뚝 떼고 "산동 할매, 들깻잎이 좋아서 뜯었네요."하며 멋적게 웃어 넘긴다. 우리집에서는 깻잎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날 저녁 수동할매는 깻잎 한 바구니를 들고 오시면서, 깻잎김치 담아 먹으면서 마루에 바구니를 내려놓는다. 요즘에는 잎이 좀 억새 양념을 해서 냄비에 넣고 쩌서 먹으면 좋아 하신다. "아이고, 가슴이야." 철렁 내려앉는다. 차라리 할매네 깻잎이 좋아서 따왔다고 고백할 걸.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생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산에서 자생하는 약초들도 많지만 농사짓는 채소들도 모두 약초성분이 있다. 옆집 삽살개가 어린 노루를 산에서 물고 내려왔다. 동물적 본능이란 무서웠다. 노루새끼는 마치 자신의 생명줄을 놓은 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마 처음부터 어린노루는 삽쌀이와 치열한 몸 싸움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자신이 약자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에서 동물들끼리 벌어진 자연스런 일상들이다. 우린 어린 노루을 빼앗았다. 앞산 뽕나무밭에 노루가 살고 있다는 정보을 입수했다. 상처가 난 부분에 빨간 소독약을 발라야 겠다고 했더니, 마을어른신들께서는 어미에게 돌려주면 자신들의 치료방법이 있다며 그냥 보내주라 하신다. 종이박스에 넣어 뽕나무밭에 놓아주었다. 다음날 가보니 새끼노루는 그 자리에 없었다. 상처가 너무 깊어서 밤사이에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미가 데리고 간 모양이다. 동물들은 정말 치료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며칠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흔적이 없다. 우리 모두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명체다. 그래서 육체적·정신적 아픔은 우리가 먹는 자연음식에서도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들깻잎 속의 비타민 케이는 혈액 응고작용을 해 일찍이 민간에서는 들깻잎을 찧어 상처에 붙여놓으면 치유가 된다.

 

▲ 만드는 방법

 

재료 = 고춧가루, 간장, 육수물, 멸치액젓, 청홍고추, 양파, 마늘, 멸치, 쪽파(부추)

 

1. 깻잎은 깨끗히 씻어서 준비한다.

 

2. 재료는 알맞게 어슷썰기를 한다

 

3. 육수물, 간장, 2번 재료를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4. 양파를 둥글게 썰어 냄비바닦에 양파를 놓고 그 위에 멸치를 깔아 놓는다.

 

5. 깻잎을 켜켜이 놓고 양념장을 바른다. 은근한 불로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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