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2 04:52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고추잎절임

겨울 빨리 오는 산골의 최고 밑반찬

순식간에 부녀회장님 파란색 트럭이 지나간다. '회장님 어디가요 하고 외친다'. 담장에는 감나무,대추나무,오갈피나뭇잎들로 가려져있다. 그래서 나뭇잎 사이로 얼굴만 빼곡이 내밀며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웠다. "방아골에 갈거여" 하신다.

 

'좀 기다려요'. 헐래벌떡 장화 신고, 모자 챙기고, 장갑 챙기며 뛰쳐나오는데 "밭에 가려면 마대포대도 챙겨야지"하신다.

 

걸려있는 마대포대를 걸쳐메고 얼른 차에 올라 탄다. 오늘 행선지는 통정골 서울할머니 고추밭.

 

통정골 올라가는 길은 참 험하다. 경사가 너무 급해 차가 몇 번이고 멈춘다. 후진했다 돌진하기를 여러번, 마침내 급한 경사길을 올라와 고추밭에 도착했다.

 

벌써 서울할머니께서는 붉은 고추 한 가마니를 따 놓으셨다. 파란색 고추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파란색 고추도 좀 있으면 붉게 익을것 같다.

 

약이 차지 않은 연한 고추는 붉게 익지 않는다.

 

우리는 마대포대 두 자루씩 고춧잎이랑 파란고추를 따왔다.

 

가을고춧잎이나 고추를 소금에 절여 놓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부지런히 겨울에 먹을 반찬거리를 장만해 놓아야 눈이 내리는 날에도 파란색 나물반찬을 해서 먹을 수 있다. 상신마을은 겨울이 빨리 찾아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울에 먹을 장아찌를 많이 담근다.

 

집집마다 서너가지 절임반찬들을 맛 볼수 있다. 똑 같은 재료지만 맛은 집집마다 전혀 다르다.

 

오늘 따온 고춧잎이나 고추절임도 다양한 맛으로 겨울밥상에 오를 것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절임 비법들이 있다. 살짝 공개하자면 장아찌에는 효소, 찹쌀죽을 많이 이용한다는 거다.

 

한 많은 통정골 고갯길을 볼때마다 할머니는 이 고갯길이 징그럽다고 하신다.

 

몇십년동안 아침먹고 밭에 올라와 바윗돌, 잔돌 고르다 보면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이 고갯길을 내려갔기 때문이다.

 

상신마을은 94%가 산이고, 단 6%만 들이다.

 

이 골짜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절을 보냈을지 짐작이 간다. 할머니는 이 골짜기로 시집올때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신식 퍼머를 하셨단다.

 

곱디고운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하신다.

 

통정골밭을 옥답으로 일궈놓으신 서울할머니의 모습이 흙백필름처럼 뇌리를 스쳐서 지나간다.

 

우리 어머니들의 자화상일 것이다.

 

고춧잎의 비타민A나 비타민C는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영양소다.

 

고추는 우리 몸에 들어가서 확산작용과 조화작용을 하는데 확산작용이란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위장을 튼튼히 하는 것으로 위장의 활동을 도와 위액분비와 위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킨다.

 

절임종류의 채소들은 오래 보관해 놓고 먹기 위해 개발됐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절임류 반찬은 유일한 해법이었다.

 

절임종류의 반찬들은 제철음식 만드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발효된 양념들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들일 것이다. 발효하는 방법들도 집집마다 다르다. 그래서 똑 같은 고추잎절임 이지만 손 맛 따라 맛은 다른 것이다. 우리 가정 주부들은 각자 자기집을 대표하는 음식명인 들이다.

 

우리할머니, 어머니들로부터 밥상차림을 어깨 넘어로 배워 왔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던 솜씨를 딸들에게도 물려줘야 할 것이다.

 

☆ 만드는방법

 

재료 : 소금, 고추장, 마늘, 고추가루, 참기름,깨소금

 

1. 고추잎양에 맞게 소금물을 만든다.

 

2. 고추잎과 연한 고추는 섞어서 소금물로 절인다.

 

3. 소금물에 떠있지 않도록 평평한 돌로 눌러준다

 

4. 삭혀지면 먹을 수 있다.

 

5. 짠물을 빼기 위해 30분 정도 물에 담가 둔다.

 

6. 재료에 고춧가루.참기름,고추장,마늘,깨소금을 넣고 버무린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