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지난 5일 타계했다. 전 세계 IT업계의 신화였던 그의 삶은 차고(車庫)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운 애플의 성장사만큼 파란만장했다.
6년전 스탠포드대 졸업식 기념사에서 밝혔듯 그의 56년 인생은 세번의 전환점이 있었다. 대학 자퇴와 실직, 암 선고가 그것이다. 하나같이 불행과 절망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일이다. 하지만 잡스는 "바로 그 일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말해 감동을 주었다.
그 첫번째 전환점은 리드대를 입학 6개월만에 그만 둔 일이다. 그는 "평범한 노동자인 양아버지가 힘들게 모은 돈을 몽땅 갖다 바칠만큼 (대학 공부가) 가치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우리의 대학교육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 천재의 사례를 대입해 볼 수는 없겠으나 우리 대학교육도 '학부모들이 힘들게 모은 돈을 몽땅 갖다 바칠만큼 가치있는지' 자문해 봐야 하지 않으까 싶은 것이다.
그럼 우리 대학의 현실을 보자. 인구 5000만 명의 나라에 대학이 346개(4년제 200개, 전문대 146개)나 되고 대학생이 300만 명이 넘는다. 고교 졸업생의 82%가 대학에 진학하고 25~34세 인구의 58%가 대학 졸업자다. 세계 사람들이 깜짝 놀랄 진학률이다.
그 결과는 어떤가. 대졸자 절반이 직장을 얻지 못하고 직장을 얻은 사람도 20~30%는 고졸학력이면 충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이 이처럼 방만한 것은 1995년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된 원인이 가장 크다. 지난 10여 년동안 80여개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대학 공급은 넘쳐나는 반면 퇴출은 없는 구조였다. 이것이 누적된 결과, 극심한 학력 인플레와 청년실업 대란을 낳았다. 얼마 전 영국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폭동이나 미국 뉴욕 월가를 휩쓴 분노의 함성도 결국 높은 실업률이 원인이다.
도내 대학은 어떨까. 180만 명을 밑도는 인구에 4년제 11개, 전문대 9개 등 20개 대학이 복작거린다. 대학 입학생 수가 고교 졸업생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신입생을 모시기 위해 교수들이 총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등록금만 내면 출석을 하지 않아도 졸업시키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학생을 사오는 대학도 있다.
이러한 때 교육과학기술부가 구조조정 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하위 15%인 43개 사립대학과 5개 국공립대학이 그 명단에 올랐다. 반값 등록금 논쟁에 내몰려 쫓기듯 발표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포화상태인 대학에 칼을 대야 할 시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도내의 경우 정부 재정지원 제한 사립대학에 4년제에서 원광대와 서남대, 전문대에서 벽성대와 서해대, 전북과학대 등 5개 대학이 선정되었다. 이 중 서남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대학은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에도 뽑혔다.
그리고 국립대 중에서는 군산대가 '구조개혁 중점 추진대학'에 들어갔다. 도내에서는 6개 대학이 사실상 '부실'에 가까운 판정을 받은 셈이다. 물론 이같은 선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당 대학의 반발도 일리가 없지 않다. 선정 지표 8가지 가운데 지방대에 불리한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50%(전문대 60%)로 너무 높다. 또 국립대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좀더 정교한 기준과 질까지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가 나와야 할 것이다.
지금 여기에 속한 대학들은 큰 충격속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신입생 감축과 교원 충원, 취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어쩌면 이번 구조조정은 쓴 약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대학이 잡스가 말한 것처럼 힘들게 모은 돈을 몽땅 바쳐도 아깝지 않은 대학으로 거듭나는 계기였으면 한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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