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중·고등학생들의 욕설 사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앞으로 욕을 많이 하는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에 기록해, 입시 과정의 학교장 추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요즘 청소년들은 욕설을 쓰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청소년들의 비속어 사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욕설이 섞인 대화를 나누는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야, 너 숙제 다 했냐?"
"솔까말, 숙제 제대로 한 애들 없을 걸. 이번 숙제 X나 어려웠어"
문제는 욕설뿐만 아니라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등의 무분별한 줄임말과 인터넷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말의 파괴와 변형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또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가 일반화되면서 언어 파괴는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무분별하게 비속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학습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이러한 학생들은 성인이 돼서도 정확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할 줄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가 듣는 언어 관련 수업시간 교수님은 "학생들이 제출하는 리포트를 받아 볼 때면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로 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더해 인터넷 용어까지 있는 리포트를 볼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걱정을 내비치기도 하셨다. 그러면서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부터라도 정확하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하셨다.
하지만 더 큰 문제점은 욕설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73.4%가 매일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욕설을 하는 이유는 주위에 욕설을 쓰지 않는 사람이 드물어 자연스레 욕설을 한다는 것이다.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욕설을 하면서 서로 친근감을 느끼는 비정상적인 구도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더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대중매체에서도 욕설이나 외계어가 개그의 소재로 사용되는 등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나오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지상파 TV 주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분석 결과, 방송언어와 자막 등에 문제가 지적됐다고 발표하며,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등의 프로그램 등에 경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지난 토요일 인기리에 방송 중인 무한도전에서 착한 자막을 내보내고 MBC 배현진 아나운서의 '바른 말 고운 말' 특강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에서 배 아나운서는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에이씨' 대신 '에잇', '뻥' 대신 '거짓말' 또는 '허풍' 등으로 언어 순화를 당부했다. 또한 제작진들 역시 한 멤버가 '나만 왕따 됐다'고 말하자 '나만 외톨이가 돼 버렸구나'라는 착한 자막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큰 웃음을 자아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방송언어, 품위유지 등을 위반했다고 경고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 무한도전의 이런 노력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번 고착된 언어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고치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개개인이 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고 순화된 언어로 쓰인 책이나 신문 등을 통해 자신의 인격과 그에 맞는 언어 습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해 바르지 못한 언어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바른 언어 습관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 정현영 군산대 수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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