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막한 '201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이하 서예비엔날레)'가 열리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 들어서면 눈길을 '확' 끄는 작품이 있다. 한글서예, 한문서예, 전각, 문인화 등 서예의 모든 장르를 묶은 '세계서예의 역동성전'. '2009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중국의 주준걸씨도 이 작품을 보고는 "좋다"는 말을 연발했다.
서예가 더이상 정적인 예술에 갇혀서는 답이 없다. 김병기 총감독(56·전북대 교수)이 올해 서예비엔날레 주제로 '역동'을 내걸고, 장르 파괴 작품들을 내놓은 이유다.
"작품을 왜 무더기로 묶어놨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어요. 그런데 글자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작품이 현대적인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일단 서예가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걸어야 하지 않겠어요?"
한국 서예의 역동적인 세계화는 서예 예술의 역동적인 대중화는 맞닿아 있다는 진단. 그렇다면 서예비엔날레의 중반에 온 지난 17일까지 관람객들은 얼마나 이곳을 찾았을까. 그는 "30일까지 돼 봐야 알겠지만, 관람객 숫자만으로 비엔날레의 성과를 논하긴 힘들다"며 선을 그었다. 서예비엔날레의 주된 관객층은 아직까지도 중·장년층. 젊은층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인기 아이돌 그룹 섭외하자는 '폭탄 선언'까지 했건만, 물거품이 됐다. 다행히 '세계 치료·웰빙 사례 보고전'에서 초·중·고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 시간을 연장했을 정도였습니다. 먹을 가는 동안 명상을 시킨 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써보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집중력이 약한 학생들은 물론 알콜·도박에 중독된 어른들도 왔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그랬죠. 참을 '인(認)'자 백 번만 쓰시라고…."
학문적 성과를 한 단계 높이는 학술대회도 의미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그는 "한자문화권의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간주됐던 서예술이 라틴 문화권에서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우리나라·일본·중국 학계에서 '우리 것(서예)이 좋은 것'이라는 일방적인 생각을 접고 더 넓은 눈으로 접근하게 돼 반가웠다"고 했다.
올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3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예술회관, 국립전주박물관, 익산시문화예술회관 등 전주를 비롯해 익산, 군산, 남원에서 이어진다. 매년 전북은 서예비엔날레로 문자향 젖어가는 전주의 가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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