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에 대한 전북도교육청과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시각은 극명히 엇갈린다.
도교육청은 혁신학교가 전북 공교육을 새롭게 바꿀 '마중물'로 여기는 반면, 도의회 교육위원들은 '예산만 수반할 뿐 기존 연구학교와 다를 바 없다'며 정책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누구 주장이 맞을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올해부터 운영에 들어간 도내 20개 혁신학교 중 하나인 전주서신초(교장 이상석)에서 '9월 교육과정 운영 평가'를 놓고 지난 18일 전체 교사가 모였다. 도내 혁신학교 교사 모임인 '전북혁신학교네트워크' 누리집(cafe.daum.net/jbnewschool)에 올라온 이 회의록에는 혁신학교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교사들의 고민과 갈등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특히, '수업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 교사 상당수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런 시행착오도 구성원 전체가 대화와 토론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학부모 공개 수업, 아직은 미개척 분야"
학부모 공개 수업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봐야 하는데 수업을 보는 관점 탈피가 잘 안 된다", "이번 수업은 (수업자로서) 1회성 수업 공개였다. 혁신팀에서 이야기하는 수업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지금까지 선배들이 해왔던 것들을 무시하면 안 되는데,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이 염려된다", "장학 수업 하듯이 학무보 공개 수업도 했어야 했는가 내 안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해 혼란스럽다" 등이다.
▲ 혁신학교 지원 인력 긍정적…'업무 모호성'은 숙제
"처음에는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내 수업을 밖에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주 만족스럽다. 교실 밖을 나가는 아이를 관리하느라 다른 아이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모든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
보조교사에 대해 교사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봤다. 일부는 "교사 입장에서 보면 (일이) 수월하나 학생 입장에서 보면 수업 시간에 딴짓을 못 해서 힘들어하고, 그로 인해 (보조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 교육전문가에 대해서는 '업무 모호성'이 도마에 올랐다.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하고 (서신)축제 관련 자질구레한 업무를 담당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 누구나 동의할 만한 '죄와 벌' 제정 시급
"이미 학급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한 회의가 여러 번에 걸쳐 진행됐다. 이제 규칙을 어겼을 경우 어떤 제재를 가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생활 규칙을 공고해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잘못, 누구나 알 만한 벌 등을 학교 차원에서 정하고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이 학교는 오는 29일까지 이에 대한 초안을 마련키로 했다.
▲ "학부모와의 거리 좁혀야"
학부모와의 소통을 늘리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부모들은 상담 주간이라고 해야 겨우 온다. 이런 상담 주간이라도 운영하면서 '학교에 가는 벽이 높다'는 인식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편, 우석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서금택)이 지난 7월 도내 8개 중등 혁신학교 교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학교장의 권위적 의사 결정 등 기존 소통 및 학교 문화 여전 △빈번한 연수 등 업무 및 혁신에 대한 부담 △타성에 젖은 수업 방법 등 상급 학교 입시 제도 △행·재정 지원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혁신학교 운영상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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