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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집필시안 세 가지 쟁점

2013년 이후 중학교 일선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역사교과서 집필 시안이 많은 공방을 뒤로하고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손을 떠나교육과학기술부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장관은 이 시안을 자문기구인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에 심의를 맡기고 자문을 받아 이달 말쯤 최종안을 발표한다.

 

국편 측은 25일 낮 현재까지 시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한국현대사 부문에서 논란이 돼왔던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꾸고 '독재' 단어를 포함시키며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문구에서 '유일한'이라는 단어를 뺀 개정시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쟁점의 요지를 짚어본다.

 

◇ '자유민주주의'와 '독재' = 자유민주주의와 독재를 교과서에 넣을 것인가 말것인가는 별개 문제이기도 하면서 사실 동전의 양면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 논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8월9일 교과부 고시 제2011-361호로 공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사회과 교육과정'(사회과 교육과정)에서 근현대사 부분에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넣도록 한 데서 비롯됐다.

 

즉, 교과부의 고시에 따라 교육과정 중 '대한민국의 발전' 항목에는 8.15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논하면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경제 성장, 통일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음을 이해한다"와 "4.19 혁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개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경제 성장, 대중문화의 발달과 국제 교류의 확대를 설명한다"는 문구가 포함했다.

 

하지만 이 고시가 나온 이후 진보좌파 성향이 우세한 한국사학계에서는 왜 하필 '자유민주주의'냐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들의 반론은 다양하지만 결국 '자유민주주의'는 과거 반공 이데올로기 시대 북한에 대한 체제 우위 선전 구호에 다름 아니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국편은 역사교과서집필기준개발공동연구진(이하 공동연구진)에 의뢰해 교과서 집필 기준안을 만들면서 이 구절을 부연했다.

 

즉, "4.19혁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유민주주의 발전과정을 정치변동과 민주화운동, 헌법상의 체제 변화와 그 특징 등 중요한 흐름을 중심으로 설명한다"고했고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 이를 극복하였으며…'라고 규정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구절은 교육과정 발표 이후 줄곧 역사학계 주류의 비판을 받았다.

 

비판은 지난 17일 공청회를 통해 시안이 공개됐을 때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공청회에서는 '독재'라는 표현이 빠진 데 대한 공방이 오갔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공동연구진은 지난 19일 다시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는 구절 앞에는 '독재 체제하에서'라는 표현을 붙이고 "4.19혁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유민주주의 발전과정"의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표현을 손질해 국편 위원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독재'라는 표현을 삽입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유민주주의'라는 말 자체를 바꾸는 데는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미 발표된 교육과정에 이 구절이 두 군데나 들어가 있고, 이에 더해 이 말이 대한민국 헌법에 보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상통한다는 반론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유일한 합법정부' = 유엔은 한국의 독립문제(the Problem of the independence of Korea)와 관련해 1948년 12월12일 총회 결의 제195(III)호(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Resolution 195(III))를 채택했다.

 

이 구절은 흔히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근거가 된다.

 

애초역사교과서집필기준개발공동연구진이 만든 집필기준(안)에서도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는 구절을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구절 중에서도 '유일한'은 빼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돼 결국은 공동연구진이 국편 위원장에게 넘긴 시안에는 이 말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론의 요점은 문제의 유엔 총회 결의안 어디에도 유엔이 대한민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규정한 대목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을 펴는 논자들은 당시 유엔 총회 결의는 38선 이남 지역에만 한정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논리를 처음 제공한 이는 언론인 출신 고 리영희 한양대 교수였다.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그는 영어 원문이 오역됨으로써 1949년 5.10 총선으로 수립된 한국정부가 남북한 전 지역을 포괄해서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박 논자들은 이런 리 교수의 해석 자체가 영어 원문을 오역한 데 따른 주장이라고 하거나, 설혹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해도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문제의 유엔 총회 결의안을 분석하면 '유일한'이라는 말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는 있지만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라는 의미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옥식 성결대 행정학부 외래교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우리 사회 일각에서 '유일 합법정부론'이 오역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런주장 자체가 사실을 왜곡한 것이며 오히려 그들이 유엔 총회 결의문을 오역을 하고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리영희 교수가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라는 구절을 '그 지역에서의 그와 같은(such)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고 번역했지만, 그 지역이라는 말은 원문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동연구진에서는 뺀 '유일한'이라는 구절은 교육부 장관이나 그 자문기구인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의 심의ㆍ자문과정에서 되살아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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