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들여 상징조형물·경관조명 설치했으나 극장마다 관객 '뚝'
전주시가 구도심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영화의거리 특화 사업'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어 정책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해 20억을 들여 영화의거리 700m 구간에 상징 조형물과 경관 조명물 설치, 도로 구조 개선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영화의거리 내 위치한 극장 CGV, 메가박스, 전주시네마타운 등에는 관람객들이 갈수록 줄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이 출자한 CGV나 메가박스는 비교적 시설이 좋아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전주시네마타운과 같이 개인 극장의 경우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인기·비인기 상영작에 따라 관람객 편차가 있다 하더라도 비인기 영화의 경우 평일엔 10명 내외, 주말엔 100~3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평일엔 관람객이 한 명도 오지 않아 상영조차 안 될 때가 있다.
강형주 전주 CGV 대표는 "멀티플랙스 극장 바람이 불면서 관람객 수가 늘었지만, 전주 인구 규모에 맞지 않게 영화관이 늘어 비좁은 시장에서 '나눠먹기식' 경쟁이 돼 버렸다"며 "단순히 영화로만 관람객들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같은 하드웨어 구축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방문객들과 영화 관람객들을 위해 필요하기는 하나, 영화의거리가 전주 영화 역사를 간직한 '명품 거리'로 거듭나려면 소프트웨어에 관한 다각적인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학송 전주시네마타운 대표는 "정말 영화의거리를 살리고 싶다면 영화와 관련한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해 1년 내내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명소화해야 한다"면서 "감독과의 만남, 야외 영화 상영, 영화의 콘셉트에 맞는 이벤트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높이면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주 영화의거리는 구도심 활성화와는 별개로 이곳이 갖는 전통성·역사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병원 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영화의거리는 전국에 없는 전주시의 유일한 문화자산"이라면서 "우리가 한옥마을의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영화의거리도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으로 지키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옛날 극장들이 몰려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 이제는 문 닫은 아카데미 극장, 프리머스 등에서 상영됐던 영화 등을 경제적 효과와 상관없이 문화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화관 관계자, 영화인 등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한 의견 수렴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이광진 전주시 아트폴리스 도심활성화팀 담당자는 "어떤 사업이라 하더라도 1년 만에 당장 효과가 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주민들이 쇄락해가는 구도심에 하드웨어 구축을 원해 10곳 이상의 건물이 리모델링하면서 입주 시민들도 늘어났다"고 했다. "시는 하드웨어 구축 후 내년부터 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 마련 등을 골자로 한 문화예술의거리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의거리 내 시설물은 한국공공디자인지원재단과 국제공공디자인대상 조직위원회의 '국제공공디자인 대상'에서 공공건축물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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